당·청 회담, 국정쇄신안 건의 무산?
당·청 회담, 국정쇄신안 건의 무산?
  • 신아일보
  • 승인 2008.05.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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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문제인 만큼 당청갈등 국면 우려감도 한몫
한나라당이 최근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민심이반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키로 한 국정쇄신안 건의가 무산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강재섭 대표는 19일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쇠고기 파동의 책임을 물어 관계부처 장관 및 일부 청와대 정무라인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포함한 ‘인적 쇄신안’을 건의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회동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인적쇄신에 대해서는 오늘 특별히 논의되지 않았다”며 “정책특보 신설 등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도 “국정쇄신안에 대한 말씀은 없었다”고 전했다.
강재섭 대표는 전날 “당에서 준비한 민심수습책 초안이 최고위에서 공식 논의가 되기도 전에 언론에 먼저 알려진 마당에 이제 와서 국정쇄신안을 건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국정쇄신안 건의를 자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상 이유는 언론에 건의 내용이 사전 유출됐다는 것이지만 남다른 속사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초 당 내부에서는 최근 쇠고기 파동으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는 등 국정 난맥상이 노출된 데에는 청와대 참모진과 관계 부처 장관들의 초기 대응 실패가 큰 몫을 한 만큼 이들을 교체해야 한다며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지 두달을 갓 넘긴 상황에서 청와대 정무라인과 장관들을 대폭 교체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과 인사문제 자체가 워낙 민감한 문제인 만큼 자칫 당청이 갈등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사정으로 미뤄볼 때 강 대표가 인적쇄신안을 손쉽게 건의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청와대가 지난 16일에 열기로 했던 정례회동을 한 차례 연기한 것도 국정쇄신안 건의와 관련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지난주 이 대통령과 구티에레스 미 상무장관의 접견 일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회동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이 대통령의 스타일상 일정을 추가하는 경우는 가끔 있어도 이미 예정된 일정을 취소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같은 사정을 미뤄 볼 때 정례회동이 전격 연기된 데에는 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었던 ‘국정쇄신안’에 대한 부담감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최근 일각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이번에 세게 훈련했는데, 뭘 또 바꾸나. 바꾸면 또 새로 훈련해야 하고…. 내가 기업 CEO 할 때도 느낀 건데 시련을 겪으면 더 강해지는 게 있다”고 언급한 대목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강 대표가 이날 20여분간 이 대통령과 독대를 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민심 수습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식 문건 형식은 아니더라도 구두 형태로 건의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구두 형태로 보고를 했더라도 인사 문제는 대통령에게 맡기고 홍보.정책 기능 등 시스템 강화와 실무진 보강을 건의하는 선에서 마무리짓는 것이 당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었겠느냐”며 “인적 쇄신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