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귀태(鬼胎)' 논평으로 여당의 공세에 직면했던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12일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다. 홍 의원의 사퇴는 새누리당의 국회 일정 중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이날 오후 7시37분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브리핑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부적절한 발언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 책임감을 느끼고 원내대변인직을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홍 의원은 국회를 떠나며 취재진에게 "(귀태 논평으로 인해)여러가지 면에서 국회가 잘 운영되지 않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견에 앞서 홍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새누리당에 의해 국회 파행의 빌미로 활용된 점에 책임을 느낀다는 점을 밝히고 이날 오전부터 당 지도부에 수차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새누리당의 발언 내용 비판과 사퇴 요구에 과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홍 의원의 사퇴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홍 의원의 발언을 이유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과 공공의료 국정조사 등 모든 국회 일정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자 당 지도부는 논의를 거쳐 홍 의원의 원내대변인직 사퇴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가 정상궤도로 복귀하기 위해선 국회 파행사태를 연장해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당 지도부로 하여금 홍 의원의 사표를 수리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말과 휴일을 지나도 홍 의원 귀태 발언의 파장이 사그라지지 않을 경우 김한길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 공개발언을 통해 재차 사과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공은 새누리당으로 넘어가게 됐다. 예상보다 일찍 민주당이 홍 의원의 사퇴를 결정함으로써 새누리당으로선 국회 복귀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 의원의 사퇴 기자회견을 본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진정성 있는 사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다. 내일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열어 진정성 여부 등을 의원들과 얘기해보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새누리당 내 일부 의원들은 김한길 대표의 육성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말과 휴일 사이에 국회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與 "진정성 있는 사과 이뤄져야"… 국회 정상화 어려울 듯
저작권자 © 신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