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정 미온적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정 미온적
  • 내포/김기룡 기자
  • 승인 2013.05.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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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도의회, 의원간 찬·반 의견 엇갈려

정부가 지방의원들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마련,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으나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국가권익위원회와 대전시의회, 충남도의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지방의회의원이 준수해야 할 행동기준을 특별히 규정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지난 2010년 11월2일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제정했다.
그러나 본격 시행에 들어간 2011년 2월 3일부터 현재까지 244곳의 조례제정 대상 지방의회 가운데 기초의회 17곳만이 제정을 완료했고, 61곳이 제정을 추진 중인 반면, 166곳은 조례제정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광역의회의 경우 단 한 곳도 조례제정을 완료한 곳이 없는 가운데, 부산시의회와 대구시의회, 경기도의회, 세종시의회가 추진의사를 밝혔으나 경기도의회가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안을 의장의 직권 부의 결정을 내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겉으론 ‘윤리강령 중복’에 대한 반발을 내 새우지만 속내는 ‘특권 내려놓기’ 거부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충남 광역의회 내부에서도 행동강령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A 도의원은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의 내용들은 이미 지방 자치법 제38조에서 제정을 의무화한 ‘지방의회의원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과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의원의무와 그 내용이 매우 흡사하다”며 중복규제를 꼬집었다.
반면 C 도의원은 “지방의원들이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줄 때 지방자치의 투명성과 장점을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며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한 내용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선출직 의원으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찬성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법률·행정학자들은 법률적으로 보나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는 지방의회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회 이혜영 전문위원(법학박사)은 (사)한국지방자치법학회지에 실린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에 대한 법적 고찰’에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은 지방자치법에 동일한 목적의 윤리규범에 관한 설치규정이 있다”면서 “이럼에도 정부가 같은 내용을 다시 규정함으로써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이중적 성격을 띠며 우리나라 헌법과 지방자치법의 법체계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혜천대 우영제 교수(행정학박사)는 “언론을 통해 지방의원들의 비위사건을 종종 접하고 있어 행동강령의 제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의회의원의 윤리강령’이 있어 이를 의원들 스스로 보완하면 될 것이지 정부가 나서는 것은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대전시의회 곽영교 의장(전국시도의장협의회 사무총장)은 “제4차 전국시도의장협의회 임시회에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정에 반대해 공식 의견을 채택했다”며 “하지만 지방의회 윤리 의식에 대한 자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부 목소리가 존재, 의원들이 자체적인 토론을 벌이고 있는 만큼 내부적 입장 정리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정가에서는 이 같은 논란으로 시·도의회 조례안 발의를 통해 행동강령이 채택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