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실적 채우기’ 급급”
“보금자리 ‘실적 채우기’ 급급”
  • 양귀호 기자
  • 승인 2013.05.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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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광명·시흥시 등 사업 재검토하라”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공급실적을 채우는데만 급급하면서 사업지연과 재정손실, 민간주택시장의 위축 등을 초래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민주거안정시책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8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2009년 8월 수도권의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면서도 공공주택 수요와 공급가능 여부는 검토하지 않은 채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내 보금자리의 공급시기를 대폭 앞당겼다.
당초 2008년에서 2018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3만가구씩 총 30만가구를 공급키로 했던 수도권 그린벨트 내 보금자리의 공급시기를 2012년까지로 6년을 단축한 것이다. 공급량도 매년 8만가구씩 총 32만가구로 늘었다.
이는 2009~2018년까지 수도권에서 공급키로 한 보금자리 총 물량(100만가구)의 32%에 해당하는 물량이고 연간 8만가구는 수도권 연간 주택공급계획물량(10만가구)의 8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수도권 내 공공주택 수요예측을 실시하거나 LH와 공급 가능성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단지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보금자리 공급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앞당겨진 공급계획에 따라 LH는 기존 1·2차 보금자리 지구 7곳의 지구지정을 신청한 상태에서 공급실적을 채우기 위해 신도시 규모(9만5026가구)의 광명·시흥을 포함한 3차 보금자리 지구 5곳을 추가로 신청했다.
3차 보금자리 지구 중 하남감일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지구는 결국 수요부족 등으로 사업승인도 받지 못하거나 LH의 재원난으로 주민보상 착수가 늦어져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광명·시흥 지구의 경우 당초 계획대로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구계획을 그대로 승인하는 바람에 지구지정 3년차에 접어드는 지난해 말까지도 수요 재검토 용역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무리한 사업추진의 결과로 2009~2011년까지 보금자리의 공급계획 대비 실적은 42.6%(10만2000가구)에 불과하고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7조8400억원이 투입된데 비해 회수금은 3조6456억원에 불과, 재정상황도 악화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과 LH사장에게 과도한 주택공급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업도록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주고 광명·시흥 지구는 아예 사업추진 여부를 재검토 하라고 통보했다.
또 감사원은 보금자리의 목적이 서민주거안정이었지만 분양 위주의 구성과 불합리한 소득·자산 기준 때문에 오히려 임대공급 물량 부족이 우려되고 저소득층의 주거안정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감사는 지난해 9월부터 한 달간 실시된 것으로 지적된 문제점들은 정부의 4·1 부동산 대책에서 보금자리 분양물량 축소, 수도권 보금자리 지구 지정 중단, 소득·자산기준 강화 등에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감사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