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공직비리’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공직비리’
  • <특별 취재반>
  • 승인 2013.04.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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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풀린 공직사회’… 금품수수·횡령 등 여전
비리 척결 ‘헛 구호’…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시민단체 “공직사회 스스로 변화 모습보여야”

새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고강도 감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공무원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공무원들의 횡령 및 뇌물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공직사회의 범죄 불감증이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해 전남 여수시에서 76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터진 데 이어 최근 경기 안산시에서도 8급 공무원이 3억7000만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4개월간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회계운영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공금 횡령과 유용 13건, 6억4000만원 상당을 적발해 7건을 검찰에 고발하고 5건은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안산시청 8급 공무원 A씨는 지난 2007년 7월부터 4년동안 회계담당 부서에 근무하면서 사무용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허위 회계서류를 꾸며 3억70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천 동구의 6급 공무원은 건축법 위반 이행강제금과 자동차책임보험 미가입 과태료 3000만원을 횡령했다.

공무원 비리로 인해 지자체가 재정 파탄까지 우려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남 나주의 ‘미래 산업단지’ 개발사업과 관련 나주시가 심사절차를 무시하고 증권사 고리대금 2000억원을 빌린 뒤, 아무 담보없이 시행업자에게 그대로 지원해주면서, 이 과정에서 뇌물, 횡령, 배임같은 갖가지 비리가 터져나와 시장과 공무원, 시행업자 등 17명이 기소됐다.

시청 투자유치팀장 김모씨는 시행업자 이모씨로부터 뇌물로 현금 2억원과 승용차를 받았고, 수시로 향응까지 제공받았다.

또 나주시장은 자기 부인 회사가 빌리는 형식으로 시행업자에게서 자금 30억원을 조달한‘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다.

나주시가 고리대금 2000억원을 갚지 못하면, 연 380억원의 이자를 물어야해 재정 파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는 사람을 뽑기 위해 이른바 맞춤형채용을 하는 등 공기업의 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감찰 인력 85명을 투입, 복무기강 특별 점검에서 공공기관 임원의 금품수수, 인사비리 등 공직비리 혐의 50여건을 적발했다.

D공공기관의 이사장은 지인의 자녀를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도록 한 뒤 5개월 뒤에 5급 정규직으로 뽑도록 지시했다.

A공기업의 기술본부장은 부인을 통해 2급인 부하직원으로부터 1급으로 승진하는 조건으로 1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하는 등 부하직원 6명으로부터 모두 2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여전히 공직기강 해이 사례가 많이 적발되고 있다”며 “적발된 사례는 무관용 원칙으로 각 기관에 통보해서 엄정 처리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솜방망이 처벌도 공직비리를 부추키고 있다.

광주시 한 구청은 ‘별정직 공무원 징계처분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간부를 징계하라’는 감사원의 통보를 무시한 채 인사위원회에서’불문’조치했다.

또 서울시의 한 구청은 견책 이상의 징계를 해야 하는 성범죄를 저지른 직원의 징계를 ‘훈계’로 그쳤다.

경기도 한 지자체 공기업의 팀장은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중징계 처분을 앞둔 상태였으나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날 사직서를 내고 그만둔 뒤, 몇개월 후 인근 지자체 공기업에 경력직으로 재취업했다.

공무원과 달리 징계 과정에 있을 때 본인 의사로 직을 그만두는 ‘의원면직’ 제한 규정이 없어 가능한 일이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공무원 비리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공직비리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고, 무엇보다 공직사회 스스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