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선인‘EU 역할론’주목
李 당선인‘EU 역할론’주목
  • 신아일보
  • 승인 2008.02.0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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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EU 개입하면 시너지 효과 가져올 수도”
6개국 이해관계 혼재돼 있는 상황서
오히려 부작용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일 한·미·일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북핵 협상 과정에서 유럽연합(EU)의 동참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함에 따라 EU가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북핵 협상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로 구성된 6자회담 틀 내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EU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1994년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한에 경수로 2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이 사업을 진행할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구성했을때, EU는 KEDO집행이사국으로서 북핵문제에 일정부분 관여하기도 했다.
특히 EU는 100만kW급 경수로 2기 건설 비용으로 1800만 달러를 투입하는 등 재정적 지원도 해왔다.
이 당선인의 이날 언급은 과거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EU의 이같은 역할을 염두에 두고, 북핵 협상이 ‘폐기'단계에 이르렀을 때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것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EU의 국가들이 한반도 문제와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변 4강보다 더 효율적으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북한이 6자회담 참가국을 100% 신뢰하지 못해 북핵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북한이 사회주의 정당을 통해 신뢰를 맺어온 (독일 등)EU국가들이 북한을 설득하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북전문가들은 대체로 공감을 표시하며 북한이나 국제사회에도 상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일연구원 허문영 박사는 “북한이 특정 나라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외교와 지원의 경제협력 다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게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면서 “향후 경수로 지원 등을 할 때 EU가 동참해 분담할 수 있다면 우리의 부담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허 박사는 또 “당선인이 EU의 동참을 얘기한 것은 북한을 코너로 몰지 않고 북한이 원하는 것에 응해주면서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전성훈 박사는 “유럽의 경우 냉전이 종식되고 평화를 이룬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보협력을 구축하는데 건설적인 조언과 서포트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6개국의 이해관계가 혼재돼 있는 상황에서 EU까지 북핵 문제에 뛰어들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한반도 문제가 지나치게 국제화 됨에 따라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북핵협상이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당선인도 6자회담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EU의 측면 지원을 언급했지만, 일각에서는 EU가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고 북한을 제대로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성훈 박사는 “경제·에너지 실무그룹회의를 통해 대북지원의 틀이 갖춰지면 이를 운영할 기구를 세우는 과정에서 EU가 과거 KEDO집행이사국을 맡았던 식으로 6자회담 틀을 깨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