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발 석유대란 현실화하나
사우디발 석유대란 현실화하나
  • 신아일보
  • 승인 2007.12.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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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알루미늄·플라스틱 등 종합 수출국 변신 모색
막대한 양 석유 소비돼 유가 급등등 석유대란 우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을 아우르는 종합 수출 산업국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화학제품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가 소비돼 수출물량이 감소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해 석유대란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사우디, ‘기름 먹는 하마'
사우디가 기름 먹는 하마로 변신했다. 사우디의 1인당 석유 소비량은 연간 32배럴을 넘어 세계 최고다. 미국(25배럴)보다 많으며 우리나라(16배럴)의 2배 수준이다.
지난해 사우디의 석유 소비량은 하루 200만배럴로 전년대비 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우디의 생산능력은 실질적으로 연율 2.3% 감소했다. 중동 전체로는 수요가 3.5% 늘어나 국제사회의 수요 증가분(0.7%)의 5배에 육박했다.
사우디의 석유 소비가 급증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과도한 보조금에 따른 저유가 때문이다. 사우디에서 기름값은 갤런(약 3.8L)당 30센트에 불과해 국민들의 에너지 개념은 거의 ‘제로'(0) 수준이다.
사우디 전력회사의 알리 살레 알 바락 사장에 따르면 사우디의 전기료는 미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싼 지역의 5분의1 수준이다. 그는 “기름값이 이렇게 싼 데 국민들이 아껴 쓰기를 바라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석유, ‘종합 수출국-고용창출'의 원동력
사우디는 현재 ‘공사중'이다. 항구, 철도, 발전소, 제련소에서 산업 도시에 이르기까지 각종 건설사업이 한창이다. 사우디는 이 같은 산업화에 향후 10여 년간 6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사우디가 산업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수익원을 다각화해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석유 재고가 유한한 데다 고유가에 따른 외국의 대체연료 개발붐이 자극제로 작용했다.
사우디는 여기에 필요한 모든 전기 에너지를 석유를 통해 조달하고 있고 이것이 소비 급증을 초래하고 있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풍부하지만 아직 개발이 안 됐고 정부가 미래를 위해 아껴두는 측면이 있어 석유밖에 기댈 언덕이 없는 것이다.
HSBC 산하 투자은행인 SABB의 존 스파키아나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이 산업 다각화를 위해 석유 다소비 업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점점 더 많은 석유가 외국으로 수출되는 대신 사우디에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의 산업화는 고용창출과도 맥이 닿아 있다. 사우디는 6000억 달러 투자를 통해 4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현재 사우디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은 12%선이지만 일각에서 “실질 실업률은 20%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사우디의 실업률은 심각한 편이다.
사우디 아람코의 전 재무 담당자인 파드 알 라시드는 “산업국가로의 변화 시도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