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출마설, 한나라당 ‘촉각’
이회창 출마설, 한나라당 ‘촉각’
  • 신아일보
  • 승인 2007.10.3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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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공식 입장 밝힐 예정…당내 갈등 고조
이명박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심기 불편
昌, 모든 일정 취소하고 ‘칩거’…최종 결심?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출마 여부에 대한 결심을 끝내고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져진 가운데 한나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내 박근혜 전 대표측 의원들이 이명박 후보의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발언에 발끈하는 등 당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이 전 총재의 ‘결심’과 아울러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명박 “내가 말할 입장이 아냐”…불편
이명박 후보 측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와 관련된 언급을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명직 최고위원 추천’을 사실상 일임해 러브콜을 보내는 등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막기위한 물밑작업에 부심한 모습이다.
이 후보는 31일 ‘국민성공대장정-부산대회’ 참석 등을 위해 부산 지역을 찾아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 후보는 “이 전 총재가 다음주 내에 입장표명을 한다더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래요? 전혀 못 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하지만 “당 분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지 않겠나”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당내 인사 등에 불만을 품어왔던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이회창 전 총재를 지지하고 나서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지난 30일 함께 제주를 방문한 강재섭 대표에게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당 화합을 위해 강 대표가 전적으로 알아서 해달라”는 의사를 표했고, 강 대표는 박 전 대표에 전화를 걸어 인사 추천을 요청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한나라당 선대본부장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서청원 전 대표, 정인봉 전 의원 등을 거론하며 “서청원, 정인봉, 강삼재 등 한이 서린 사람들이 자기 구미가 당기니까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정인봉 같은 사람이 이 전 총재를 만난다고 기사가 나는데, 이런 사람들로 이 전 총재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측에 BBK 관련 정보를 줬던 전문가 2명이 ‘이 전 총재가 적절한 시기에 후보로 등록하고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이 후보는 떨어진다’는 잘못된 정보로 이 전 총재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이 전 총재에게) 밀사를 파견할 계획이냐”라는 질문에는 “밀사는 무슨. 본인 스스로 외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昌, 일정 취소하고 ‘칩거’…최종 결심?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는 31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서빙고동 자택에 머물며 경선 출마 여부를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
이 전 총재는 이날 박 전 대표 측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과 시내 모처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회창-박근혜’ 연대설이 나오는 등 사태가 불거지자 일정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지난 30일에는 서빙고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은 말씀드릴 게 없다”면서 “앞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해해 달라”고 말해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당 소속 의원들도 ‘들썩’
한나라당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박희태 의원은 31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만일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면 표의 분산이 이루어질 것이고 아무리 이 후보가 압도적인 리드를 하고 있더라도 상황이 위험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이 후보가 2위 후보(정동영 후보)와 30%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이 후보가 대세”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보수층이) 분열해 이긴다는 것은 어렵다. 과거 이인제 씨가 경선 불복을 하고 나오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정권창출에 실패한 뼈아픈 과거가 있는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총재는)누구보다도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국민들의 뜻을 존중하는 분이기 때문에 상식과 순리의 선에서 행보를 할 것”이라며 “(만일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면) 총력을 다해 단일화를 위해 최후의 일각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구식 의원 등 당 초선의원 9명도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대선이 50여일도 남지 않는 시점에서 당이 분열되서는 안 된다”며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31일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과 박근혜 전 대표측과의 불화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데 대해 “지금은 이명박 후보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될 때”라고 주문했다.
홍 의원은 “좀 더 이 후보가 이 전 총재나 박 전 대표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태준 씨를 포용하기 위해 광양까지 가서 읍소를 하는 모습을 보였고, 2002년 대선을 하루 앞두고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씨 집 앞에 한밤중에 찾아가 도와달라고 사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 전 총재는 두 번이나 대선에 실패한데다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 ‘부패 정당’의 이미지를 갖는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분”이라며 “이제는 명예롭게 은퇴해 어른으로 남으셔야 할 분이 진흙탕 정치판에 들어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성남기자
jsnsky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