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남편·아들 묻힌 곳서 잠들다’
박완서 ‘남편·아들 묻힌 곳서 잠들다’
  • 문경림기자
  • 승인 2011.01.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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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의식 간소…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
“소리 없이 나를 스쳐간 건 시간이었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줬다.

… 나를 스쳐 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중) ‘신이 솎아낸’ 영원한 현역 소설가 박완서(80)씨가 25일 지상에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오전 8시40분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천주교식 출관예배로 고인을 발인했다.

오전 10시부터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고인이 다닌 구리 토평동 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폭설 뒤 강추위에서도 실천문학사 김영현 대표를 비롯해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 소설가 박범신 이경자씨 등 문인들이 자리를 묵묵히 지켰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이날 장례식은 문학인장이 아닌 천주교식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작가는 빛이 드는 곳보다 그늘 진 곳에 서 있어야 한다”는 고인의 말 그대로 장례의식은 조촐했다.

고인은 앞서 세상을 떠난 남편, 아들과 함께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에서 영면한다.

“내 몸이 (자연에)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진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중) 한편, 지난해 등단 40주년을 맞이한 고인은 22일 오전 경기 구리 아차동 자택에서 지병인 담낭암으로 별세했다.

6·25 동란과 분단문제, 물질중심주의 풍조, 여성 억압 등을 다루며 주목 받았다.

특히, 유려한 문체로 일상에 대해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현실적인 감각을 살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정부는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