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건강해지면 마음도 편해”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도 편해”
  • 서효석
  • 승인 2010.08.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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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석의 편강보감 12 - 편강탕 이야기 3

비염.천식,아토피 피부염
뿌리가 같은 한 가지 병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펴낸 '2009년 직업전망지표 개발보고서'를 보면 향후 10년 뒤의 직업 세계를 요약하는 화두로 '그린, 프로티언 커리어, 컨버전스' - 이 세 단어를 들고 있다.

'친환경'으로 불리는 에너지와 식품 산업이 이끄는 '녹색(그린) 혁명'이 주를 이룰 것이고, 한 가지에 전문가인 사람보다 다양한 경력을 지닌 '프로테우스식 경력관리'가 대세가 될 것이며, 다양한 분야의 산업들이 통합(컨버전스)되면서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창의성의 증폭 효과를 내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디어와 통신의 통합인 스마트 폰의 출현은 우리 눈앞에 새로운 세상을 펼쳐 놓고 있는데, 이 컨버전스는 요즘은 거의 하루 단위로 진화하고 있는 양상이어서 나 같은 세대는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편도선을 위해서 만들었던 '편강탕'도 임상을 거치면서 빠르게 진화하기 시작했다.

폐의 원기를 북돋아 인체의 면역력과 자가치유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약재를 대거 보강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처방을 연구, 실험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낮에는 환자를 돌보고 나름대로의 사회활동을 해야 했으므로 연구와 실험은 주로 밤에 집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저런 조수 역할은 아내가 도맡아서 하게 되었는데, 지금도 아내는 그 때문에 밤잠을 편히 못자는 버릇이 생겼다.

한번 화두를 붙들면 스물네 시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나의 성격 때문에 곤히 잠든 새벽에도 문득 생각이 떠오르면 일어나 불을 켜고 책과 약재를 뒤적였으니 곁에서 어찌 편한 잠을 이룰 수 있었을까?
 20여년의 세월 동안 기능을 새롭게 보강해온 편강탕의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2000년 드디어 그 동안의 연구와 임상 치료의 결과를 집대성해 질환별로 21개 종의 새로운 편강탕을 완성했다.

 이 무렵 환자들로부터 '선생님 이약을 먹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다.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이 따라서 편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 '심편안이신건강(心便安而身健康)'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이미 편도선염의 치료제 수준을 넘어 진화해버린 이 약의 이름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옛날부터 '溫故而知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바꾸되 옛것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데서 '便'을 취하고, 몸을 건강하게 한다는 데서 '康'을 취하여 '扁强湯'을 '便康湯'으로 바꿨다.

 이 새로운 편강탕은 특히 비염과 천식, 아토피성 피부 질환에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임으로써 이제는 편도선염보다도 아토피 치료제로 더 유명해지게 되었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비염과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이 사실은 뿌리가 같은 한 가지 병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동시에 폐는 호흡기 중에서도 으뜸일 뿐만 아니라 피부를 주관한다는 원리를 완전히 깨닫게 되었으니 '肺主皮毛(폐가 피부와 터럭을 주관한다)'라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이 네 글귀를 완전히 깨닫는 데 무려 20여년이 걸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