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11일 만에 귀국한 이종섭,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 촉구
공수처, 아랫선 수사 단계 못 가… 이종섭 수사까지 시일 소요
민주당 "임명 자체가 잘못"… 이종섭 해임·윤대통령 사과 요구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당사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귀국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대사를 조사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사가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크게 악화되자 서둘러 귀국시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이 조율돼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사는 내달 10일 총선 무렵까지는 국내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공은 공수처에 넘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이 대사를 먼저 소환하는 게 우선이며 소환에는 언제든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대사는 지난 19일 '조사기일 지정촉구서'를 공수처에 제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공수처가 아직 이 대사를 수사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다.
압수물 분석 단계로, 수사 단계가 '윗선'에 해당하는 이 대사에게 전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가 이뤄진다 해도 형식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현재 처장과 차장이 모두 공석이라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되면 공수처로서는 이 대사에 대한 조사가 늦어질 경우에는 '수사지연'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되고, 서둘러 조사를 한다 해도 충분하지 못할 경우 출국에 대한 명분만 만들어 주게 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야권은 총공세를 펼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이 대사를 해임하고 출국금지 시켜야 한다"면서 '쌍특검 1국조'(채상병·이종섭 특검·채상병 국정조사)를 총선 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피의자 이종섭의 대사 임명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국가를 대표해 대사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사를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를 향해서는 "핵심 피의자(이 대사)의 출국을 다시 금지하고 도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모든 관계자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