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복현…"ELS 손실사태…감독 행정 소홀"
고개 숙인 이복현…"ELS 손실사태…감독 행정 소홀"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4.03.1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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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안기준, 사법적 결론 준하는 배상 결과 얻을 수 있게 설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H지수 연계 ELS 분쟁조정기준안 발표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H지수 연계 ELS 분쟁조정기준안 발표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금융당국을 대표해 고개를 숙였다.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감독 행정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이 마련한 배상기준안이 판매사는 물론 이번 투자로 인해 손실을 본 소비자에게도 "사법적 결론에 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했다"며 손실 배상을 두고 판매사와 투자자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H지수 연계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에 관련해 당국이 보다 면밀히 감독 행정을 하지 못해서 1차적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와 이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께 고통과 불편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그는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 직원들에도 보다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 드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업계 신뢰가 훼손된 점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 감독당국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ELS 대규모 손실 사태를 담당하게 된 금융당국 입장에서 시간을 되돌려 관련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싶을 정도의 안타까운 점이 있다”며 “다만 당시 정부와 금융당국에 책임을 오롯이 저희가 지어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원장은 이런 반성에 기초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미래지향적 방안들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금융위원장과 소통하고 있다”며 “보다 구체적으로 건의해 가능하다면 3월 중에라도 당국과 업계, 학계, 협회, 전문가 그룹, 소비자 등 모두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내 가시적 성과가 담긴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내놓은 ELS 대규모 손실사태에 따른 분쟁조정기준이 법원의 판단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기준안에 따라 판매사가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자율 배상액 규모를 제시하더라도 이를 투자자가 수용하지 않아 이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법원을 통한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배상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기준안에 근거해 판매사가 배상 규모를 책정하더라도 배임 등 논란을 비껴갈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복현 원장은 “이번 분쟁조정기준은 유사 사례와 판례, 손해배상 책임 인정의 근거, 방식, 산정 방법 등을 당국 내부 법률가, 금융가, 회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만들어냈다”며 “따라서 분쟁조정기준에 수긍하지 못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더라도 사법적 결론에 준하는 배상 비율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ELS 손실사태로 고난도 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수익성,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 이 원장은 “은행의 BIS 등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국내 시중은행의 건전성, 수익성 지표가 양호하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이번 ELS 배상안은 결과적으로 일회성 이벤트로 국내 은행들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