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참여 검토
한국,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참여 검토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4.03.13 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관계 고려... 정부, 반도체산업 피해 고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에 동맹국도 참여하라는 압박을 더 거세게 가하면서 한국 정부가 참여를 검토 중이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22년 10월 자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독자 발표했다. 

이후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며 동맹국 기업에도 중국에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팔지 말라고 압박해왔다.

처음에는 반도체장비 기술 수준이 높은 네덜란드와 일본이 주요 압박 대상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만 수출통제를 할 경우 동맹국 경쟁사만 유리해질 것을 우려한 미국 반도체업계의 요구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국이 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 칩(16nm 내지 14nm 이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에 판매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에 따른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천연흑연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 등 미중 싸움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경험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미국 입장을 수용했을 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요인 등을 살펴봐야 한다. 대중국 수출통제가 한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반도체장비의 기술 수준이 미국이나 일본, 네덜란드에 못 미치는데도 중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면 반도체장비 산업의 자립화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장비를 구매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용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대중국 수출통제를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청을 마냥 뿌리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미 수출통제 협의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미국은 정말 많은 것을 원한다"면서 "정부가 미국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익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나 정부는 일단 미국 주도의 다자 수출통제체제에 참여해야 할 때를 대비해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법규상 국제조약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가입한 국제 수출통제체제에만 참여할 수 있었고, 이는 정부가 미국의 압박을 방어할 때 사용한 논리이기도 했다.

최근 수출통제 근거 법률인 대외무역법을 개정해 향후 미국 주도의 다자 수출통제체제에 참여할 수도 있는 길을 열었다.

지난달에 개정된 대외무역법은 전략물자의 정의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제 수출통제체제"라는 문구 뒤에 "또는 이에 준하는 다자간 수출통제 공조에 따라 수출 허가 등 제한이 필요한 물품 등"이라는 조항을 새로 삽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에 동맹국들과 이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