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출국한 데 대해 야권이 총공세를 펼치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총선에 악재가 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외교부 등이 조직적으로 피의자를 빼돌리려 한 것이라며 외교부·법무부 장관의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해외도피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이종섭 특검법)을 당론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법을 제출한 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의혹의 대상자인 만큼 특검법에 대해 거부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며 수용을 촉구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과정에서 수사 결과를 축소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공수처는 올해 1월 이 전 장관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후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했고, 하루 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해 4시간가량 조사받았다. 8일 법무부는 이 전 장관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어 이틀 만인 10일 이 전 장관은 호주로 출국했다.
대사 임명부터 출국까지 불과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인데, 윤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속전속결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대통령실은 "절차에 맞게 진행한 것"이라며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뒤늦게 알게 됐지만, 출국금지가 된 사실을 알고(인지하고) 보니 출국금지 이후 수개월 동안 한 번도 소환을 안 했지 않느냐"며 "그러면 언제 소환해 언제 조사할지 알고, 고발됐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은 늘 특검법을 발의한다"고 비꼬았고, 윤재옥 원내대표도 "너무 특검법을 남발하고 있지 않나"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탄핵'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탄핵 사유가 될지 검토를 잘해야 할 것"이라며 "너무 상시로 일만 있으면 특검·탄핵을 말하니 국민이 새롭게 느끼지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사의 출국이 야권의 정권 심판론 확산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호주 언론까지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큰 부담이다.
호주 ABC 방송은 12일(현지시간) '이종섭 대사, 자국 비리 조사에도 불구하고 호주로 입국'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 논란이 '한-호주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 전 장관에 대해 "추가적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외공간 대사 신분인 피의자를 대면조사하는 게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이 대사가 소환조사를 포함한 수사 과정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물리적 거리는 있지만 외교관 신분으로서 국내에 들어와야 할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