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빚 14분기째 ‘빨간불’…BIS 신용갭, 日 이어 2위
가계‧기업 빚 14분기째 ‘빨간불’…BIS 신용갭, 日 이어 2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3.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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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 225.5%…역대 최장 기간 위험수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가계‧기업부채가 14분기 연속 위험수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신용갭은 10.5%포인트(p)로 2020년 2분기 말부터 줄곧 10%p를 웃돌았다. 이는 1972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신용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보여주는 부채 위험 평가 지표다. 민간신용 비율 상승 속도가 과거 추세보다 빠를수록 갭이 벌어진다. BIS는 잠재적인 국가별 신용위기를 가늠하는 데 해당 지표를 사용한다.

BIS는 신용갭이 △10%p 초과 시 ‘경보’ 단계 △2~10%p면 ‘주의’ 단계 △2%p 미만일 시 ‘보통’ 단계로 각각 분류한다.

BIS는 높은 신용갭이 지속하면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한다.

우리나라 신용갭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2분기말(3.0%p) 주의 단계로 진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면서 가파르게 치솟은 신용 갭은 2020년 2분기 말 12.9%p로 10%p를 넘어서서 위험 수위인 경보 단계에 다다랐으며, 2021년 3분기 말(17.4%p)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신용갭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10%p를 웃돌고 있다.

신용갭이 위험수위에서 장기간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지난해 3분기 말 225.5%에 달해, 2020년 1분기 말(200.0%) 이후 15분기째 200%를 웃도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과거 우리나라 신용갭이 장기간 10%p를 넘어선 적은 매우 드물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4분기 말(13.2%p)부터 1998년 3분기 말(10.5%p)까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말(10.7%p)부터 2009년 4분기 말(11.2%p)까지 등이 대표적인데, 이 당시에도 1년을 넘기지 않았다.

1980년대 초반에도 두 차례 10%p를 넘은 적이 있지만, 그런 상황이 1년 넘는 기간 연속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지난해 3분기 말 신용갭이 10%p를 초과한 국가는 BIS 조사 대상 44개국 가운데 일본(13.5%p)과 한국뿐이었다. 

태국(8.0%p)과 사우디아라비아(2.2%p), 아르헨티나(1.5%p), 독일(0.0%) 등 일부 나라를 제외하면 신용갭이 모두 마이너스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