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한겨울 낡은 자켓' 배회하던 아이 구조
도봉구, '한겨울 낡은 자켓' 배회하던 아이 구조
  • 허인 기자
  • 승인 2024.03.0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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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봉구)
(사진=도봉구)

“도와주세요. 대여섯 살 돼 보이는 아이가 얇은 옷만 입은 채 울고 있어요. 그 옆에는 엄마로 보이는 한 여자가 휴대전화만 보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어요.”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제법 춥던 지난해 12월 어느 날 서울 도봉구는 한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했다.

1차 경찰을 통해 신고가 접수되고 이후 경찰로부터 연락받은 도봉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은 즉시 사건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아이 모친은 경찰과 대치한 채 소란을 피우고 있었고 아이는 추위에 떨며 울고 있었다. 체감 온도 영하 10도(℃)를 밑돌던 날씨에 아이의 건강이 몹시 위태로워 보였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은 시간이 지체되면 아이의 건강이 더 악화할 수 있기에 아이와 모친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아이의 부친과 연락해 아이를 일시보호시설로 옮겼다.

조사 중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은 특이한 사항을 확인했다. 아이의 모친은 그간 아동 학대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일로 거주지 인근 구 경찰서의 관리 대상의 인물이었던 것. 당시 경찰관으로부터 “A씨 관련으로 숱하게 신고를 접수했다. 아동이 걱정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이의 부친 B씨는 야간에 일하고 있어 아동을 보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며, 아이는 이제껏 모친 외 누구로부터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구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모친과 아이를 당분간 완전히 분리하기로 했다. 먼저 아이를 일시보호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아동병원과 연계하고 치료를 진행했다. 모친에 대해서는 정신건강 시설로 옮기고 입원 치료를 받게 했다.

현재 아이는 병원 진료를 통해 자폐장애 등록을 마치고 보호시설에서 아동 사회성 교육 등을 받고 있으며, 첫 입소 때와는 다르게 시설의 양육자들과 함께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아이의 모친 A씨 또한 정신 치료를 받으며 본인의 정신질환에 대해 스스로 인지하고 재활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앞으로 구는 모친 A씨와 부친 B씨가 올바른 부모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와 분리하고 치료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학대 가정으로부터 아이를 구조한 데는 구가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구는 2021년 경찰서, 지역 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으로 한 아동학대대응정보연계협의체를 구성, 매년 정기회의와 워크숍 등을 통해 학대피해·위기의심 아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맞춤형 보호지원 대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구는 아동학대로 신고·접수된 사례 중 자체사례회의 등을 거쳐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에 대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계하고 학대피해 아동과 보호자에 대한 심리치료, 아동학대 예방교육 등을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아동학대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유관기관과 함께 잠재적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고위험 가정에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아동학대예방 조기개입 사업 ‘세상을 구하는 아이’를 추진한다.

‘세상을 구하는 아이’라는 사업명은 국제NGO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슬로건인 ‘우리가 아동을 구하면 아동이 세상을 구한다’를 따왔다.

사업은 학대 판단을 받지 않았지만, 잠재적으로 아동학대가 예상되는 고위험 가정의 아동·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심리검사, 상담, 치료,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는 사업을 통해 부모의 알코올 남용 문제, 정신질환 병력 그리고 아동의 ADHD로 인한 충동성과 분노조절 장애, 지적장애 등 기질적 요인이 있는 가정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과 가족 기능 회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구는 아동학대 예방교육 차원에서도 아동학대 전문사례관리 기관인 서울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각종 단체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예방에 관심 있는 단체에서 교육 신청을 하면, 직접 신청기관으로 찾아가 아동학대 실사례, 도봉구 아동학대 현황과 징후, 신고방법 등에 관한 내용을 교육할 예정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구는 아동학대 예방단계부터 사후 사례관리까지 지역 내 아동보호를 위한 사업 추진에 만전을 다하겠다”며 “앞으로도 아동의 안전과 행복이 우선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서울/허인 기자

i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