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민국 대표은행 자부심…한국·대만 금융 가교 될 것" 
[인터뷰] "대한민국 대표은행 자부심…한국·대만 금융 가교 될 것"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4.02.2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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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하나은행 타이베이지점 지점장
국내 첫 대만 진출 은행 성과...성장도 '순항'
김진석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장(좌측)과 김용주 과장 (사진=배태호 기자)
김진석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장(좌측)과 김용주 과장 (사진=배태호 기자)

대한민국 경제사에서 한 획을 그은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 명예회장(1915.11.25~2001.3.21)은 "길을 모르면 길을 찾고, 길이 없으면 길을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이자 지난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된 고 김대건(1821.8.21~1846.9.16) 신부는 한반도에 천주교를 전파하기 위해 중국에서 조선으로 넘어올 때 "거기(조선)는 길이 없는 산"이라고 말리는 이들에게 "길은 걸어가면 뒤에 생긴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과감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자기가 맡은 영역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던 이들은 한결같이 도전과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이를 만났다. 대만 첫 국내은행 지점의 탄생을 위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현지에서 고군분투한 김진석 하나은행 타이베이지점 지점장이다. 

2024년2월16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시(臺北市) 신의구(信義區)에 있는 101타워 27층에 있는 '하나은행 타이베이지점'에서 만난 김진석 지점장은 마스크를 쓴 채 환한 얼굴로 고국에서 온 손님을 반겼다.

지난 2021년4월 타이베이로 와 정확히 1년 뒤인 2022년4월 하나은행 타이베이지점을 개설한 주인공이다.

3년여 가까이 쉴 틈 없이 달려온 터라 대만 설 연휴 기간(대만은 한국보다 이틀 긴 14일까지 설 명절 연휴였다) 한국을 방문해 그동안 미루고 미룬 치아 치료를 한 그는 "초면에 마스크를 쓰고 인사를 드려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김진석 지점장은 하나은행 내에서 알아주는 중국통으로 꼽힌다. 

타이베이 지점 개설이란 막대한 임무를 맡기 전에는 선양(瀋陽) 등 중국 현지에서 4년 가깝게 근무했다. 

김 지점장은 "선양에 근무하기 전에도 상해에서 지낸 경험이 있었는데, 한국과 중국에서의 업무 경험으로 어느 정도 (해외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상황에서, 회사에서 '대만 진출을 위해 일을 맡아달라'는 권유가 있었다"며 타이베이지점 설립 실무를 거쳐 현재 지점장까지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하나은행 타이베이지점 개설 위해 2021년4월 도착….2022년4월 개점

김 지점장이 대만 현지로 파견된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2021년이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만 입출국은 상당히 까다로웠는데, 김 지점장은 대만 관계 당국 협조로 현지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김 지점장은 "(2021년4월23일) 대만에 입국해서 (자가격리를 한 뒤) 3주 만에 직원들(한국인 1명, 대만인 2명)과 만나 삼겹살을 구워서 먹고 '잘해보자'라고 뜻을 모았는데, 바로 다음 날 (코로나19 대응 단계가) 3급으로 격상하면서 두 달 넘게 외출도 못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하나은행 타이베이지점 내부 모습. 이곳에는 하나은행 본점에서 파견 나온 한국인 직원과 대만 현지인 직원 등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배태호 기자)
하나은행 타이베이지점 내부 모습. 이곳에는 하나은행 본점에서 파견 나온 한국인 직원과 대만 현지인 직원 등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배태호 기자)

대만내 주요기관과 회사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김 지점장과 직원들의 노력 덕택에 다행히 은행업 라이센스 획득은 순조로웠다.

김진석 지점장은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와 대만 금융감독관리위원회(금관회)의 적극적인 지원 덕택에, 그리고 직원들이 열심히 해줘서 잘 된 것 같다"며 공로를 주변 이들에게 돌렸다.

현지에서 지점 개설 실무에 착수한 지 1년 뒤인 2022년4월25일 드디어 하나은행은 '대만에서 최초로 문을 연 국내은행'이란 영예를 안았다.

◆ 개점 1년여 만에 직원 20명으로 확대...총자산 101.6% 증가 '순항'

김 지점장을 포함해 10여명의 직원으로 문을 연 하나은행 타이베이지점은 2년만에 20여명으로 늘었고, 기업고객은 67.6%(2022년말 대비 2023년말 기준, 이하 동기), 대출금은 464.6%, 예수금은 162.1% 증가했다. 총자산도 같은 기간 101.6%로 불어 순항하고 있다.

김진석 지점장은 "대만 금융인, 주로 은행업에서 일하는 분들과 교류를 많이 하는데, 대만은 한국처럼 대형화된 은행이 적어서 은행 간 협업이 많다"며 "사업 기회를 서로 발굴하기도 하고, 소개를 하기도 하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대만은 신남향 정책이라고 해서 주변 17개 나라를 지정해 많은 진출을 하고 있고, 대만 기업과 금융기관도 많이 진출했다"며 "기업이 진출하게 되면 금융 지원이 필요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또 은행 간 협업을 통해서 지원할 부분도 있기 때문에 사업 기회가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타이베이지점은 최근 한국 지점에서 근무 중인 직원 한 명을 추가로 충원하며 사업 영역을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 아울러 대만 금융시장에 K-금융 첫 깃발을 꽂은 개척자로의 자부심으로 한국과 대만 금융시장 발전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 대만 현지서 K-금융 위상 강화…"한국-대만 금융 가교 역할 할 것"

김진석 지점장은 "초기 어려운 시기는 어느 정도 끝이 보이는 것 같다"며 "앞으로 IB(투자은행) 쪽에서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만의 경우 선박이나 항공, 풍력 등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금융지원에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대만간 은행차원의 금융협력 관련, 기존에는 없었거나 하지 않았던 부분을 찾고 검토해 한국과 대만의 금융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나은행 타이베이지점은 현재 기업금융 중심의 서비스를 향후 다양한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소매금융까지 확대해 대만 현지에서 K-금융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