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물꼬 튼 비스마야 사업…전문가 "지정학적 위험 변수"
다시 물꼬 튼 비스마야 사업…전문가 "지정학적 위험 변수"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4.02.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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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금 일부 회수로 부분 공사 재개…잔여 사업은 협상 중
이라크 재정 여력 나아졌지만 주변국 전쟁·인플레 등 암초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사진=한화 건설부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사진=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이 지난달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공사를 부분 재개했다. 남은 미수금 회수와 잔여 공사 완전 재개에 대해선 이라크 정부와 협상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재정 여력이 전보다 나아졌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불러온 지정학적 위험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28일 (주)한화 건설부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공사를 일부 재개했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가 발주한 비스마야 신도시는 우리나라 성남시 분당신도시 규모로 계획됐다. 10만 호 규모 신도시 조성 사업(80억달러)과 교육시설, 공공시설, 병원, 연계 도로 등 사회 인프라 구축 사업(21억달러)으로 나뉘며 총사업비는 101억달러(약 13조4600억원) 규모다. 

지난 2012년 착공해 공정률 40%를 넘겼지만 미수금 문제로 2022년 10월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후 NIC는 지난해 12월 한화 건설부문에 미수금 6억2900만달러 중 2억3000만달러를 지급했고 한화 건설부문은 회수한 미수금에 해당하는 3만 호에 대한 잔여 공사를 재개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남은 7만 호 등 공사에 대해서는) 이미 계약은 끝난 상황"이라며 "잔여 미수금을 포함해 다시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이라크 현지에서 열린 비스마야 사업 재개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라크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재개 의지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주택 10만 호 완성까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이라크 측의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의 완전 재개와 관련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라크 정부 입장에서도 (신도시에) 건물 40%만 짓고 말면 흉물이 되니까 일단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안정적인 펀딩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이 늘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 그 손실은 기업이 받게 되니 그 부분에 대해 이라크 정부가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중단됐던 시기에 비해) 유가가 좋아졌지만 지정학적 불안은 훨씬 커진 상황"이라며 "해외는 기업이 컨트롤할 수 없는 리스크가 상당히 많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런 리스크들은 해외 건설 사업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라크는 유가 상승 등으로 재정 여력이 예전보다 나아진 상황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후 재건을 위한 170억달러 규모 철도·도로망 프로젝트와 함께 비스마야 신도시를 모델로 최대 15개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이라크 2023년 예산안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는 작년 2023~2025년 3개년에 대한 총 1530억달러 규모 예산안을 마련했다. 이는 직전 예산 대비 53%가량 늘어난 이라크 역대 최대 규모다. 자본(투자)예산도 약 69% 증가했다. 

코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가 예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은 이라크의 상황상 예산안 통과와 추진은 민간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난해 고유가로 국가 재정이 건전한 상황이라 당분간은 안정적인 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