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번아웃 위기… '대란' 막을 협상 시작되나
의료진 번아웃 위기… '대란' 막을 협상 시작되나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4.02.27 0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하고 있다. 

서울 '빅5' 병원을 필두로 전공의 집단사직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이들의 업무를 떠안고 있는 전임의와 교수 등 남은 의료인력의 번아웃 증상이 감지된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서면 점검한 결과 23일 오후 7시 현재 소속 전공의의 80.5%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 9006명(72.3%)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환자 피해는 심화하고 있다. 수술이 지연·최소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방에 있는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 

23일에는 병원을 돌고 돌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 오후에 의식을 잃었던 80대 심정지 환자는 구급차에 실려갔으나 의사, 병상이 없어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대기 중 결국 숨졌다. 

환자들의 불편 사례가 쌓여가는 만큼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도 극심해지고 있다. 의료진들의 번아웃이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의료현장은 불안한 상태다. 

전남대병원에서는 전문의들이 피로감을 호소해 이탈 전공의 일부가 복귀하기도 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이달 말까지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3월부터 면허 정지, 수사·기소 등 처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의제에 대해 대화의 준비는 충분히 돼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중재 역할을 자처한 바 있다. 

의대 증원 자체를 정부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란 어렵지만 정부가 "모든 의제가 대화의 대상이 된다"고 한 데 따라 2000명 규모에 대한 기류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중재에 나선 의대 교수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의료대란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