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만 최초·유일 韓은행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을 가다
[르포] 대만 최초·유일 韓은행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을 가다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4.02.26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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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 1년여 만에 총자산 2000억원 눈앞…거래기업 배로 늘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 도약' 선언한 함영주 회장 공언 현실화
국내 은행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대만에 진출한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이 있는 대만 타이베이시에 있는 101타워.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은 101타워 25층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한국인 파견 직원과 대만 현지인 직원 등 20여명이 근무 중이다. (사진=배태호 기자)
국내 은행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대만에 진출한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이 있는 대만 타이베이시에 있는 101타워.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은 101타워 25층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한국인 파견 직원과 대만 현지인 직원 등 20여명이 근무 중이다. (사진=배태호 기자)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 도약'을 선언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공언이 한 걸음 한 걸음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리딩뱅크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고, 지난 2022년에는 한국의 6번째 수출시장인 대만에 국내 은행 '최초'로 진출해 순항하고 있다. 특히 대만 지점 개설로 하나은행은 대한민국 10대 교역 국가 모두에 네트워크를 둔 유일한 국내 은행이 됐다. 대만에서 K-금융 영향력 확대를 위해 글로벌 금융기관과 경쟁하는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을 국내 언론 중 처음 다녀왔다. 

대만 설 연휴가 끝나고 이틀 뒤인 2월16일. 대만 타이베이시 신의구(信義區)에 있는 타이베이 101타워를 찾았다.

타이베이 중심에서 약간 남쪽에 있는 신의구는 대만 랜드마크인 101 타워와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 HSBC를 비롯한 수십 개 글로벌 금융 기관 등이 들어선 국제도시로서의 인프라를 갖춘 경제특구다.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은 지난 2022년4월 101타워 27층에 문을 열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처음이며, 현재까진 유일하다.

타이베이는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고 101타워 역시 두세 차례 전망대를 오른 적이 있지만, 취재를 위해 사무동으로 찾은 것은 처음이라 가는 길 내내 긴장했다.

아는 중국말이라고는 '니하오(안녕하세요)', '씨에씨에(고맙습니다)', '뚜웨이부치(미안합니다)' 뿐이었고, 영어 공부도 손을 놓은 지 20년 넘어 머릿속은 온통 '안내 데스크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하나'란 걱정뿐이었다.

웹 서비스를 통해 '나는 한국에서 온 기자입니다. 101타워 27층에 있는 한국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을 취재하기 위해 왔습니다.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 담당자와 취재 약속을 하고 왔으니 확인해 주세요'라는 문장을 영어로 번역해 중얼거리며 101타워 로비에 도착한 순간, 이런 수고는 말 그대로 헛수고가 됐다.

외부인이 101타워 사무동에 올라가려면 1층 로비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방문처 확인만 하면 출입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사히(?) 사무동에 출입하고 승강기를 타고 27층에 내리자 'Hana Bank Taipei Branch(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 은행 해외 지점 첫 방문이기도 하지만, 이곳이 대만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국내은행이란 점에서 묘한 부담감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현관에서 벨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대만인 현지 직원의 친절한 응대로 가슴 한쪽에 느껴졌던 부담은 이내 사라졌다.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 사무실 내 모습. 왼쪽 하단 증표는 한국의 예금보험공사격인 중앙예금보험공사의 보증서다. 한국은 예금자 보험이 5000만원까지인 반면, 대만은 이보다 규모가 큰 300만대만달러(1억2,645만원, 26일 기준)다. (사진=배태호 기자)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 사무실 내 모습. 왼쪽 하단 증표는 한국의 예금보험공사격인 중앙예금보험공사의 보증서다. 한국은 예금자 보험이 5000만원까지인 반면, 대만은 이보다 규모가 큰 300만대만달러(1억2,645만원, 26일 기준)다. (사진=배태호 기자)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에는 본점에서 파견 나온 한국인 직원과 대만에서 채용한 현지 직원 등 20명 남짓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격인 대만 금융감독관리위원회(금관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대만 진출을 모색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하나은행은 대만 금융 시장 상황과 현지 규제 등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한 뒤, 주타이베이 대한민국 대표부와 현지 금융당국 등을 통해 지점 설립을 추진했고, 2년 뒤인 2021년6월 지점 개설 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방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만 금융당국 협조로 은행 직원이 현지에서 상주하며 10개월간 준비한 결과 2022년4월25일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이 문을 열었다.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은 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현지 통화 기반의 기업금융 및 소매(리테일)금융 업무는 물론 외국환거래지정은행(Domestic Banking Unit, DBU) 라이선스까지 취득해 은행이 할 수 있는 대부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아직 소매금융 대신 기업금융에 집중하고 있는데, 2022년 말 기준 34개였던 기업고객은 지난해 말 57개로 1년 만에 23개(67.6%) 늘었다.

이에 2022년 말 기준 1031만8000달러(USD)였던 대출금과 4517만5000달러 수준이었던 예수금도 1년 뒤 각각 5825만달러(464.6%), 1억1841만6000달러(162.1%)로 증가했다.

총자산 역시 7112만5000달러(2022년 말 기준)에서 지난해 1억4338만9000달러(약 1909억원, 23일 기준)로 7226만4000달러(101.6%) 불었다.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은 대만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은 물론 한국과 거래 중인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업금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대만에 살고 있는 교민은 물론 현지인을 대상으로 소매금융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이 대만 금감위에서 받은 라이센스 증서 (사진=배태호 기자)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이 대만 금관회에서 받은 라이센스 증서 (사진=배태호 기자)

아울러 국제금융업무지점 라이선스(Offshore Banking Unit)를 통해 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주요 기관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우량 현지기업체 유치를 위해 역외금융 업무수행을 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한다는 포부다.

대만 금융당국은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 개설을 통해 대만 현지 금융 시장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타이베이 지점 개설로 대만과 한국 간 무역 투자 관계가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김진석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장은 "대만은 자금도 풍부하지만, 안정적인 관리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영향이 크지 않았던 금융 선진국"이라며 "TSMC를 비롯한 글로벌 회사도 많은 만큼 사업 규모가 크고, 은행이 지원해야 할 거래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지점장은 "대만 정부가 주변국에 대한 경제적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대만 기업과의 사업 기회도 많고, 금융지원 확대도 필요한 만큼 현지 은행은 물론 외국계 은행과의 협업 등을 통해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점장과 함께 지점 설립 당시부터 현지 근무 중인 김용주 과장은 "한국에서는 처음 진출한 은행이다 보니 하나은행이 향후 (대만 현지에) 다른 금융기관이 들어올 때 롤 모델이나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