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교통약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된 전남 영광군 버스승강장 방풍막 사업이 결국 '막장' 으로 끝날 판국이다. 3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수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방풍막 설치가 다 이뤄지지 못한데다, 설치를 겨우 마친곳도 설계 등 문제로 다시 철거되는 촌극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21일 영광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유동인구 비율이 높고 교통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승강장을 중심으로 방풍막 설치 사업을 추진했다.

군은 각 읍면별 방풍막 설치 상황에 따라 기존(재설치) 및 신규사업으로 구분한 뒤 C업체, D업체, E업체 등 3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뒤 시공을 맡겼다. 이들 업체는 비닐형 방풍막인 A형과, 아크릴 형 방풍막인 B형을 각 구간별로 나눠 각각 설치하기로 군과 협약했다. 

세부적으로 C업체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2024년1월16일까지 54개소 ( 'A형 방풍막 재설치', '예산 1천811만원5천원 투입'), D업체 올해 1월22일부터 2월20일까지 33개소('B형 방풍막 재설치', '예산 1천794만원 투입'), E업체 2023년12월29일부터 올해 1월29일까지 50개소('B형 신형 방풍막 신규설치', '예산 3천520만원')등에 방풍막 설치 작업을 완료키로 했다.  

방풍막 설치 사업이 본격화되자 현장 곳곳에 문제점들이 터져 나왔다. 

C업체 사업 구간에선 방풍막 설치 대상지 중 일부에서 설치 완료 불과 하루 이틀만에 찢어지거나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D업체 사업 구간에서도 규정상 설치가 불가능한 교통섬( '자동차의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처리나 보행자 도로횡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교차로 또는 차도의 분기점 등에 설치하는 섬 모양의 시설')내 점자구역에 B형 방풍막이 설치됐다가 이틀만에 철거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E업체는 설계(시방서)상 아크릴 재질의 B형 방풍막을 설치해야 했지만 비닐형의 A형 방풍막을 설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모든 방풍막 설치 사업 구간들에서 온갖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셈이다.   

군은 부랴부랴 재시공 등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이미 3월달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사실상 올해 방풍막 설치는 무의미해졌다. 3월엔 기온이 올라 지자체들은 방풍막 등 한파대비용 시설물들의 회수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7천만원이 넘는 예산이 허공으로 사라졌단 의미다. 

일각에선 이번 문제는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영광군은 지난해 4월 한파 대책 지원 사업비(5천400만원)을 미리 확보했지만 강종만 군수 취임 이후 사업 담당자가 무려 3번이나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제대로 된 준비없이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특히 일부 업체는 시공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군은 이번 방풍막 설치 사업에 참여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군은 사업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임 내지는 방치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군민들의 비난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광군 백수읍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노인들 위해서 방풍막을 설치해 준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이게 뭐냐"며 "군청이 도대체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냈다.  
 
공무원 A씨는“이 모든 것은 직원들 책임이 아닌 잦은 인사 이동조치로 직원간의 업무 전달이 안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관련 영광군 관계자는 "방풍막 신규 설치 관련에서 시방서와 다를 경우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로 인해 납품기한이 초과한 것에 대해서는 지체 상환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영광/박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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