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국민연금, 기존 기금과 분리된 '신연금' 도입해야"
KDI "국민연금, 기존 기금과 분리된 '신연금' 도입해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2.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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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금 재정부족분 609조원은 정부 일반재정에서 충당"
"신연금 보험료율 15.5%로 인상시 소득대체율 40% 유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성을 위해 기존 연금과 분리된 ‘신연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제언이 나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 연금 재정부족분 609조원을 정부 일반재정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강구·신승룡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KDI포커스,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되면 적립기금은 30년 후에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1015조원에서 2039년 최대 규모인 1972조원까지 불어난 뒤 점차 감소해 2054년 고갈될 전망이다.

기금이 소진된 후에 약속된 연금급여를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35% 내외까지 올려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고 공적연금 보험료율 수준인 이탈리아(33%)를 웃도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현재 제도 문제점으로 앞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큰 데서 기인한다고 짚었다.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기금의 기대 운용수익 합에 비해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된 총급여액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기금이 고갈될 우려를 없애고 미래세대가 기대수익을 그대로 받으려면 '완전적립식' 신연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혁 시점부터 납입하는 모든 보험료를 신연금 기금으로 적립하고, 이에 따라 향후 기대수익비 1의 연금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기대수익은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을 바탕으로 한 기금운용수익의 합을 말한다. 즉, 기대수익이 1이라는 말은 이를 모두 받는다는 것이다.

신연금만 놓고 보면 연금 보험료율을 15.5% 내외로 인상했을 때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러면 2006년생부터 현행 평균 연금 급여 수준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향후 신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 급여 산정 방식을 현행 확정급여형(DB형)에서 연금 수급 개시 시점에 수급액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확정기여형 중에서도 같은 나이대끼리 연금급여가 이전되는 연령군(코호트)형 제도를 제안했다. 이는 확정기여형 개인계좌제와 달리 사망자의 가상계좌 적립금이 같은 연령대의 생존자 계좌로 이전된다는 차이가 있다.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료율 인상은 한꺼번에 올리기보다는 ‘9% → 12% → 15.5%’ 등 단계적 인상이나 0.5%포인트(p)씩 13년 동안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혁 시점 이전에 납입한 보험료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했을 때, 발생하는 미적립 충당금은 202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6.9%에 달하는 609조원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재정부족분을 일반재정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채를 발행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기보다 세금 확보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세대에게도 일부 부담시키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강구 연구위원은 “연금개혁은 늦춰질수록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며 “개혁방안대로 한다고 하면 구연금의 재정부족분은 609조이지만 5년이 지체되면 869조원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른 시점에 빠른 속도로 일반재정을 투입해야 재정부담이 최소화된다”고 덧붙였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