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놔" 정부 지갑된 금융지주
"돈 내놔" 정부 지갑된 금융지주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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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α 상생금융 이어 기업금융 지원에 20조원 투입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지난해 '이자 장사', '돈 잔치' 비판에 2조원 플러스알파라는 역대 최대 규모 상생금융안을 마련한 은행권 곳간이 정부 압박으로 다시 개방됐다.

76조원에 달하는 정부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 방안' 상당 부분을 은행이 떠안게된 것인데,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은행권 건전성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기'라는 지적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 등이 마련한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첨단산업 20조원 △중견기업 15조3000억원 △중소기업 40조6000억원 등 총 76조원 규모 금융 지원이 골자다. 

이 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20조원가량을 분담한다. 전체 지원 규모의 26.3% 수준이다. 

우선 산업은행과 5대 은행이 각각 1조원씩 총 6조원을 투입해 신성장 분야로 신규 진출하거나 투자를 원하는 중견기업을 위한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기업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자금, 운영자금 등 업체당 최대 1500억원(시설자금 최대 1000억원, 운영자금 최대 500억원)까지 1%포인트(p) 금리를 우대해 대출을 지원한다. 

중견기업 신사업을 지원하는 은행권 첫 공동 전용 펀드에는 최대 5조원, 1차로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성과에 따라 운영 규모 확대한다. 

5대 은행이 각각 1조원씩 총 5조원 규모 중소기업 우대금리 대출 프로그램 제공한다. 

5대 은행이 1조5000억원을 출연하고 신용보증기금이 5000억원 보증을 제공해 총 2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 단계별 보증지원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민관이 함께 협심해 나온 결과물"이라며 "관계부처가 적극 도움을 줬고 시중은행들도 약 20조원 규모 지원을 통해 적극 동참해 줬다"며 "민간은행이 기업금융을 보다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과 인프라 확충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기업금융 지원 방안은 시중은행들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이자 환급 등 2조원 플러스알파 규모 상생 패키지를 마련한지 불가 두달여 만에 이뤄져 정부의 과도한 은행 팔 비틀기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상생금융 부담과 선제적 충당금 적립 확대로 지난해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순이익은 총 17조2025억원으로 전년(17조7618억원) 대비 3.1%(5593억원) 줄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글로벌 금리인하 전망에 따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물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위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 건전성 관리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20조원이라는 규모는 사실상 통보"라며 "상생금융에 이어 기업 금융지원까지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주주환원과 밸류업 노력을 촉진하겠다면서 금융그룹(금융주)에는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실적이 악화되면 당연히 배당은 줄 수 밖에 없다"며 "최근 정부의 정책 발표는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물량 공세"라고 주장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