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시장 '사면초가'…은행 홍콩H지수 거래 중단에 증권사도 긴장
ELS 시장 '사면초가'…은행 홍콩H지수 거래 중단에 증권사도 긴장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4.02.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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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3000건 달해…"증권사 자기매매 부문 수익 감소 전망"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최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손실이 약 6조원으로 추정되면서 ELS 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5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초 발행된 홍콩H지수 기반 ELS 상품은 기초자산 가격 만기일 기준 평가액이 기준가에 미치지 못하면서 손실 우려가 커졌다. 홍콩H지수가 지난 2021년 2월18일(1만2271.6) 이후 이달 2일(5218.9)까지 약 3년 동안 57.47% 떨어지며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사전에 정한 기준점 이상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보통 ELS는 주가지수가 상품 가입 당시 가격의 60~70% 수준을 밑돌면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 기반 ELS는 주로 은행권 신탁(ELT) 또는 발행 증권사 직접판매(ELS)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 등에게 판매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5조4000억원(전체 잔액의 79.6%)은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홍콩H지수가 현 수준 유지 시 투자자 손실 규모는 약 4~6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와 관련한 민원은 3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홍콩H지수가 바닥을 치면서 관련 ELS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줄줄이 판매 중지에 나섰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사채(ELB)를 제외한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또 올해 1월에는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도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또 금감원은 지난달 8일부터 홍콩H지수 ELS 판매한 주요 12개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했다. 현장검사는 은행 5개 사(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증권사 7개 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키움·신한투자증권 등)가 대상이었다.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하면서 관련 상품 판매 규모와 손실액이 크고 민원·분쟁 건수까지 급증하면서 설 연휴가 지나면 추가로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증권업계는 ELS 시장이 위축할까 긴장새가 역력하다. 관련 시장이 얼어붙으면 자기매매 부문 수익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사 2023년 ELS 발행 규모를 보면 1분기 9조7000억원에서 2분기 12조2000억원으로 늘었다가 3분기에 다시 9조9000억원 축소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올해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불완전 판매 개연성도 커 ELS 시장이 위축될 전망"이라며 "은행 중심으로 ELS 판매가 둔화하면 ELS를 설계하고 헤지 운용하는 증권회사 자기매매 부문 수익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증권사는 은행의 요구를 받고 ELS 상품을 제작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홍콩H지수 ELS 보상안에 관해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달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손실을 배분하는 분쟁 배상안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공적 절차와 별개로 금융사들이 검사 결과에 따라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할 수 있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