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못 받은 건설 노동자, 늦기 전에 정부 도움 받으세요"
"임금 못 받은 건설 노동자, 늦기 전에 정부 도움 받으세요"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4.02.04 1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 앞두고 공사대금 조기 지급 등 업계 노력에도 불안한 현장
체불 발생하면 노동부 누리집·관할 지청 통해 민원 신청 가능
사업주 지급 능력 없을 땐 정부가 대신 주는 '대지급금' 이용
고용노동부민원마당 누리집에서 '임금체불' 민원을 신청할 수 있다. (자료=고용노동부민원마당 누리집)
고용노동부민원마당 누리집에서 '임금체불' 민원을 신청할 수 있다. (자료=고용노동부민원마당 누리집)

인천에 사는 60대 A씨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 보온·설비 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 B에 단기 고용된 형태로 일하는데 최근 B 업체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 A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 노동자들과 고용노동부 고양고용노동지청에 이런 내용을 신고했지만 임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설을 앞두고 정부와 건설업계가 현장 노동자 임금 체불 방지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하도급 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 체불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노동자는 노동지청에 신고해 도움받을 수 있다. 사업주가 지급 능력을 상실했을 땐 정부가 대신 임금을 지급하는 '대지급금제도'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을 지체할수록 근로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노동부 상담을 받는 게 중요하다.

◇ 명절 전 체불 예방 집중 지도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체불 예방·청산 집중 지도 기간'을 운영 중이다. 모든 근로자가 임금 체불 걱정 없이 설 명절을 보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집중 지도 기간에 건설업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현장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체불근로자의 생계 지원을 강화한다. 특히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 절차를 밟고 있는 태영건설의 전국 105개 시공 현장을 전수조사했다.

노동부는 악의적인 체불 사업주를 구속 수사하고 소액이라도 고의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는 법정에 세울 방침이다.

건설사들도 명절 전 공사대금 조기 지급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중흥그룹은 설을 앞두고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 운용을 돕고자 공사 대금 약 1300억원을 전액 현금 지급하기로 했다. 태영건설도 공사 현장 미지급 노무비를 설 연휴 전에 최대한 지급한다는 방침을 지난달 하순 언론에 전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오는 7~15일 지급할 중소 협력사 거래대금 720억원을 6일에 미리 주기로 했고 호반그룹 건설 계열사 호반건설과 호반산업도 400여 개 협력사 공사 대금 1500억원을 명절 전에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1350번 전화 상담과 함께 누리집을 통한 인터넷 상담을 제공한다. (자료=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누리집)
노동부는 1350번 전화 상담과 함께 누리집을 통한 인터넷 상담을 제공한다. (자료=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누리집)

◇ 미루지 말고 전화·인터넷으로

정부와 건설사의 노력에도 건설 현장에서는 임금체불이 계속 발생한다. 최근에는 건설 경기가 악화하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위험이 확대해 임금 체불 가능성이 함께 커진 상태다.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건설업 체불액은 3989억원으로 전년 동월 2639억원 대비 51.2% 늘었다.

건설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우선 고려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은 노동부에 민원을 신청하는 것이다. 노동부 민원 신청은 인터넷과 우편, 팩스, 방문 등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인터넷 신고는 '고용노동부민원마당' 누리집 첫 화면 '자주 신청하는 민원' 중 '임금 체불' 항목에서 진행하면 된다. 간단한 전자인증 후 민원 신청인 정보와 피진정인(사업주) 정보, 진정 내용 등을 차례로 입력하면 된다. 진정 내용에는 △입사일 △퇴직 여부 △업무 내용 △체불 임금 총액 △체불 퇴직금액 등이 포함된다.

우편·팩스·방문 신청은 사업장 관할 지방 노동관서나 센터로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 중·종로·동대문구에 사업장이 있다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나 서울고용센터를 찾으면 된다.

민원 신청 관련 궁금한 점은 국번 없이 '1350'번 전화 또는 고용노동부민원마당 누리집 '빠른인터넷상담' 등을 통해 질의할 수 있다.

민원을 접수한 노동부는 사업주를 조사해 임금 체불 사실을 확인한 뒤 사업주에게 '언제까지 임금 얼마를 지급하라'고 지시한다. 임금 지급 지시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기한 내에 체불 임금을 청산하지 않으면 사법 처리 절차로 들어간다.

노동부가 진행하는 사법 절차는 사업주를 형법(刑法)상 형사(刑事) 처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체불 임금 수령에 대해선 노동자가 따로 민사(民事) 소송해야 한다.

노동부에 민원을 내는 단계에서 체불 하도급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원청 건설사 감사실 등에 체불 사실을 알리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원청 건설사가 체불 하도급사에 임금 지급을 독촉하거나 앞으로 있을 사업에서 협력 관계를 끊는 등 조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산대지급금 연령별 월정 상한액(단위:만원). (자료=노동부, 2023년 한권으로 통하는 고용노동정책)
도산대지급금 연령별 월정 상한액(단위:만원). (자료=노동부, 2023년 한권으로 통하는 고용노동정책)

◇ 다양한 지원제도 꼼꼼히 확인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임금 체불 근로자들이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 절차를 통해 임금 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무료로 소송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체불 당시 최종 3개월분의 월평균 임금이 400만원 미만인 근로자다. 사업주에 대한 부동산·자동차·채권·유체동산 가압류도 지원한다.

기업 도산 등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대지급금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대지급금은 '도산대지급금'과 '간이대지급금'으로 나뉘는데 도산대지급금은 퇴직기준일의 1년 전이 되는 날부터 3년 이내에 당해 사업장에서 퇴직한 근로자가 신청할 수 있다. 사업주는 법 적용 대상이면서 6개월 이상 사업을 가동했고 도산과 파산 등으로 임금 등을 지급할 능력이 없어야 한다. 이 제도를 통해 최종 3개월분 임금 또는 최종 3년간 퇴직급여 등을 국가로부터 대신 받을 수 있다.

간이대지급금은 소송 또는 진정 제기일 이전 마지막 체불 발생일까지 6개월 이상 사업을 영위한 체불 확정판결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3개월간 통상 시급이 최저임금 110% 미만, 마지막 체불일의 다음 날부터 2년 이내 소송 등 요건을 충족한 재직 근로자가 신청할 수 있다. 퇴직 다음 날부터 2년 이내 소송을 제기했거나 퇴직 다음 날부터 1년 이내 진정을 낸 퇴직자도 신청할 수 있다. 재직자는 소송 또는 진정 제기일 기준 마지막 체불 발생일부터 소급해 3개월간 임금 중 체불액을 국가로부터 대신 받을 수 있다. 퇴직자는 최종 3년간 퇴직급여 등 체불액을 받을 수 있다.

노동부는 상시근로자 10명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도산 등으로 임금 등을 받지 못하고 퇴직한 근로자가 대지급금을 신청하면 공인노무사 등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돕는 '대지급금 조력지원제도'도 운영 중이다.

임금체불 관련 정부 지원이 피해 발생 후 일정 기간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신속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임금 체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으면 되도록 빨리 노동부 상담을 받아야 한다.

노동부 양산지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빨리 움직여만 (체불 임금) 청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사업주가 '지급해 준다'고 해서 계속 기다리다가 (사업주의) 지급 능력이 없어지면 (체불 임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간이대지급금 1인당 최대 지급액, 임금 3개월분+퇴직급여 3년분(단위:만원). (자료=노동부, 2023년 한권으로 통하는 고용노동정책)
간이대지급금 1인당 최대 지급액, 임금 3개월분+퇴직급여 3년분(단위:만원). (자료=노동부, 2023년 한권으로 통하는 고용노동정책)

cdh4508@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