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태영건설 실효성 있는 자구안 내놔야"
이복현 금감원장 "태영건설 실효성 있는 자구안 내놔야"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4.01.04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담대 금융권 전가에 강한 의문…약속 안 지킨 핑계일 뿐"
(가운데)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가운데)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태영건설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언급했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첫 단추부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만큼 태영건설은 실효성 있는 입장을 내놔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 신년인사회에서 태영건설과 관련해 “태영건설은 부동산 호황기 시공·시행을 도맡아 1조원 넘는 이익을 벌어들이며 총수 일가 재산 증식에 기여했다”며 작심 발언을 내놨다.

이날 이 원장 발언은 지난달 29일에 만기였던 1485억원 규모 상거래 채권 중 외상 매출 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태영건설이 제때 상환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외담대가 중요한 의미라는 것은 아마 태영 측도 모르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왜 외담대 자금을 금융권에 떠안으라고 하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든다”고 반문했다.

이어 “외담대가 운영이 안되면 원활한 사업적 진행이 어렵다”며 “외담대 자금을 갚지 않은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얇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쓴소리를 냈다.

또한 이 원장은 “워크아웃은 기초법상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자율적 협약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통 분담, 손실 분담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태영 측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약속 이행 방안을 답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3일 발표한 산업은행 입장을 살펴봐도 태영 측 계획안은 매우 부족한 것은 명확하다”며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11일 전까지 산은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 여부와 관련해 “윤 창업 회장이 채권단에 큰 책임감을 갖고 있는 대주주라면, 서로 갖고 있는 오해를 풀고 채권단이 수긍할 수 있는 형태의 유동성 조달 근거를 마련한다면 워크아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금감원은 어떠한 경우의 수에 대비해 다양한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과도할 정도로 넘치다시피 충분히 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최근 금감원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해외 IB의 불법 공매도 조사 과정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앞서 적발된 글로벌 IB(투자은행) 2곳(HSBC·BNP파리바)과 별개로 여러 IB의 불법 공매도 건 단서를 포착했다”며 “이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상당 정도 조사가 진행됐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공매도 적발에 따른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불신 해소를 위해 별도 시장 신뢰성 제고 차원에서 이슈가 된 사안과 관련성이 높은 국가 금융감독기구와 공동 설명회, IR(기업 설명회) 등을 연내 추진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