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 증권사 사칭 '불법 리딩방' 활개
[단독] 대형 증권사 사칭 '불법 리딩방' 활개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4.01.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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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유사 사건 관련 경찰 수사 의뢰"

#.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모르는 전화번호로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미래증권 소비자 만족도 조사'라는 제목으로 참가자에게는 소정의 기프티콘 상품권을 발송한다는 내용이었다. 채팅방 참여 유도를 이상하게 여긴 A씨는 미래증권에 대해 알아봤지만, 해당 증권사는 국내 대형 증권사 중 한 곳인 미래에셋증권의 명칭과 로고를 사칭한 불법 리딩방 유도 업체였다.

대형 증권사를 빙자해 설문을 유도한 뒤 개인 정보를 빼내고 리딩방 참여를 유도하는 불법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뿌리뽑기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 명을 교묘하게 편집해 불법 리딩방으로 유도하는 불법 광고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자 메시지는 '참가자에게 소정의 기프티콘 상품권을 발송해 드립니다'라는 내용과 링크가 전달된다.

링크를 클릭해 들어가면 '미래증권'이라는 로고와 함께 △이용 만족도 △해당 증권사 개선 건의 △지난해 투자 수익률 등과 함께 △매일 종목 및 시황 제공 SNS 채팅방 입장 희망 여부를 묻는 질문이 있다.

기프티콘을 받을 연락처를 남기면 선물 대신 '당일 초급등 최신정보', '거래량 7배 폭등 확정' 등 불법 투자 광고가 전성된다. 특히 해당 광고는 투자자를 꾀기 위해, 마치 언론사 기자가 보도한 기사처럼 안내하고 있다.

이런 불법 리딩방을 운용하는 이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종목들을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먼저 팔아 이득을 챙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불법 리딩방이 이제는 대형 증권사를 사칭하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수법이 교묘해지는 것 같다"며 "금융당국 등이 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해당 민원인이 신고한 광고는 미래에셋증권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사칭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리딩방)사칭 관련해서 현재 법무팀에서 소송을 접수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와 같은 불법 리딩방 사칭을 뿌리뽑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연이어 불법 리딩방에 대한 주의와 당부, 특별 단속 등을 강행하고 있다.

아울러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금감원은 매해 적지 않은 업체를 직권말소 처분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직권말소 처분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2019년 595개 △2020년 97개 △2021년 499개 △2022년 126개 △2023년(8월 말 기준) 103곳이다. 

금감원은 또 지난해 6월 자산운용검사국 내에 불공정거래 조사 전문가 중심의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의 불법행위 단속반을 설치하고, 8월에는 리딩방 불법행위 관련 정보공유, 공동 단속, 피해 예방 활동 등 수사기관과 협력 및 공조를 강화했다. 암행 점검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감독당국의 노력에도 여전히 불법 리딩방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투자자를 꾀고 있다.

금융당국 명의 사칭한 문서로 투자자를 속이는 사기가 활개를 쳤는가 하면,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물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까지 사칭하는 등 불법 사례가 빈번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오는 3월24일까지 투자리딩방 불법행위에 대해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며 "오픈채팅방 안에는 수백 명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범인 몇 명이 가짜 아이디를 활용하며 속칭 바람을 잡는 형태"라며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