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증권사, 돈 줄 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증권사, 돈 줄 죈다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4.01.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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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PF ABCP 거래량 65%↓…신용공여 금융사 손실 우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최근 도급 순위 16위인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줄 죄기에 들어갔다. 태영건설 익스포져(리스크 노출 금액)에 노출된 증권사가 대체로 대형사인 만큼 전반적인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에도 불안감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연명한 부동산 PF 사업장이 대거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러한 우려 속에 실제 국내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증권사마다 부동산 PF 자금줄 점검에 한창이다.

워크아웃은 부도로 회사가 쓰러질 위기에 처해있는 기업 중 회생시킬 가치가 있는 회사를 살려내는 것을 말한다. 

앞서 지난해 12월13일 태영건설 법무팀이 워크아웃 신청을 알아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약 2주가 지난 28일 태영건설은 금융기관에 빌렸던 3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대출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이곳에 PF 대출을 한 증권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KB증권은 태영건설 여의도 본사를 담보로 PF 대출 412억원과 신용공여 1250억원 등 제공했다. 

하나증권도 태영건설 여의도 본사를 담보로 300억원 단기차입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과 3000억원 규모 펀드를 공동 조성했으며 만기가 곧 다가오고 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원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태영건설에 대한 직접대출 규모는 약 2200억원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익스포져 보유한 증권사는 대체로 대형증권사로, 자기자본 대비 부담은 대부분 2~5% 내외로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은 분위기다. 

증권사마다 연일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거래량을 줄이며 부동산 PF 리스크 발생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PF ABCP는 건물 지을 땅, 건설사 보증 등 부동산 관련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기업어음을 말한다.

실제 최고 신용등급인 A1급 경우 12월 둘째 주 3조4000억원, 셋째 주 2조8900억원, 넷째 주 2조1600억원으로 줄었다. A2급도 같은 기간 4500억원, 3800억원, 3400억원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현실화한 넷째 주에는 A1급과 A2급 거래량 모두 전월(A1 6조1600억원, A2 6500억원)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5%, 47% 쪼그라들었다.

여기에다 충당금 적립 비용 확대를 위해 증권사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건설사 부동산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돼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하면 보증 증권사가 대신 돈을 변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PF 사업장과 건설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조짐이 우려된다"며 "금융 부문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태영건설 차입금 또는 사채의 대주단들과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PF건들에 대해 자금보충확약 등 신용공여를 한 금융권업들 손실 발생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