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7일 탈당 후 '개혁신당(가칭)'이라는 이름의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가운데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 신당'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불러올지 관심이 모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노원구 한 고기집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동시에 국민의힘에 내가 갖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면서 "과거의 영광과 유산에 미련을 둔 사람은 선명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표명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는 경쟁자로 들어섰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오늘 이 자리에서 '총선 전 재결합 시나리오'는 부정하고 시작하겠다. 총선 이후로도 (연대) 가능성은 약하다"고 국민의힘과 '당대당 연합'에 대해서도 거듭 부정했다.

'이준석 신당'은 총선 국면에서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등과 제3지대 빅텐트를 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양 대표와 금 공동대표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이들이) 스펙트럼의 전부도 아니고,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란 말씀드린다"고 이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이낙연 전 대표와 소통 관련해선 "정치 선배에게 재촉하거나 기대하는 행보를 하는 건 매우 예의에 맞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언급을 자제하겠다"면서도 "우리가 신당(창당)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상황에서는 완벽한 동일성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 같은 점을 찾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창구를 열어뒀다.

현재 거대 양당이 서로의 대안정당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혁신을 기치로 내건 제3지대 빅텐트가 꾸려져 대안정당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면 2016년 총선 당시 '초록돌풍'처럼 큰 반향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3지대 빅텐트의 주요 타겟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으로 보인다. 한 제3지대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 만나 "이번 총선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파급력이 퍼져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지난 20일 공표, 아주경제 의뢰, 16~18일 전국 성인남녀 1004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준석 신당' 지지층은 연령별로는 20·30대와 60대, 권역별로는 서울,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18~20%대의 유의미한 지지가 두드러졌다.

다만 제3지대의 느슨한 지역 기반,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대선주자급 정치 거물이 부재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아울러 '이준석 신당' 경우 당내 비윤 세력의 참여도 저조한 편이다.

일례로 이 전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도 이날 함께 탈당 선언을 하지 않았을뿐 더러, 이중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당 잔류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당내 지지 여론이 미흡해 추진 동력을 상실하거나 총선에 대비해 충분한 인재 풀이 갖춰지지 않을 우려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지지율은 어떻게 출렁이는지 잘 알고 있다. 창당 예고 시점에서 최고점을 찍고 조정기를 거쳐 총선에 다가갈수록 (거대 양당이) 중도무당층을 흡수한다"며 "(지지율이) 내려가는 지점에서 최소화하고, 올라가는 지점에서 극대화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본지와 통화에서 비슷한 궤로 언급했다. 현 시점에서 '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이 높은 건 다소 거품이 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엄 소장은 "제3지대 통합이 총선에서 정의당 수준의 득표율을 넘어설 수 있을지 다소 회의적"이라면서 "총선에서 정당이 유의미한 득표를 얻으려면 세대나 지역에서 확실한 지지 기반이 있어야 한다. 정의당이 어려운 와중에도 비례대표 6~7석을 얻는 건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이정미 전 의원 등이 지역 경쟁력이 있기 때문인데, 제3지대 빅텐트 신당 을 보면 (세대나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당 창당 전 지지율은 정치에 관심 없는 중도·무당층의 관심 일부,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의 지지 일부 등이 섞여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면서 "중도·무당층은 (신당이) 출범하면 지지가 대폭 감소하고, 보수 성향은 친정(여당)으로 돌아간다. 진보 성향 지지는 사전적 역선택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보수 진영 내에서 청년 세대, 특히 2030 남성의 지지라는 상징성을 지닌 이 전 대표가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면서 중도 외연 확장에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다만 여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스마트한 이미지와 '정치 신인'으로서의 참신함 등을 무기로 이 전 대표를 뛰어넘는 중도 확장 가능성을 야기하리라고 본다. 실제 현재 정치권 내에서 파급력만 놓고 보자면 한 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능가하는 상황이다.

엄 소장은 "앞서 2030 남성이 이 전 대표를 지지한 건 '반(反)민주·반이재명' 때문이어서, '이준석 신당'에 대한 2030 남성의 지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며 "2030 남성이 주목하는 사람 중 하나가 한 비대위원장인데, 이 전 대표보다 파급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 비대위원장의 전날 수락 연설문을 보면 586 특권 정치와 전쟁 선포, 공천 과정시 대폭 물갈이 시사, 구태 문제에 대한 선 긋기 등이 담겨 있는데 이런 내용이 확실히 더 중도 확장적"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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