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8% 카드사 리볼빙…잔액 7조5000억원 ‘역대 최대’
연 18% 카드사 리볼빙…잔액 7조5000억원 ‘역대 최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2.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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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比 413억↑…카드론 대환대출도 5개월째 증가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신용카드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잔액이 7조5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카드론을 갚기 위해 대출을 다시 받는 대환대출 잔액도 5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서민 경제에 연일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8개(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전업 카드사 리볼빙 잔액은 7조5115억원으로 전월(7조4697억원) 대비 418억원 불어났다.

리볼빙 잔액은 지난해 9월 처음 7조원을 돌파한 후 1년 넘게 7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올해 1월 7조2656억원에서 9월 7조5024억원까지 증가했고, 10월에 7조4696억원으로 잠깐 줄었으나 지난달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만 선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는 서비스다. 결제 대금 중 일부를 연체 없이 상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금리가 연 15%를 훌쩍 넘는 만큼, 쌓이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위험성이 크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8개 카드사 리볼빙 평균 금리는 연 15.67~17.84%다.

더욱이 차기 이월액뿐 아니라 월마다 추가되는 카드 대금 일부도 계속 리볼빙으로 이월(신규대출)돼 향후 상환해야 할 원금과 리볼빙 이자율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약정 결제 비율 30%, 카드 사용액이 매달 300만원인 경우, 이월되는 채무잔액은 첫째 달 210만원, 둘째 달 357만원, 셋째 달 460만원 등으로 큰 폭 불어난다.

리볼빙 잔액이 급증한 것은 당장 카드빚을 갚기 어려운 서민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심지어 고신용자의 리볼빙 사용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카드사들도 수익 개선을 위해 리볼빙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이 카드사 리볼빙 광고 실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리볼빙 대신 ‘최소 결제’, ‘일부만 결제’ 등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은 리볼빙인지도 모르고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예상치 못한 과도한 채무부담 질 위험이 있었다.

기존에 빌린 카드론을 연체한 차주가 다시 대출을 받아 카드론을 상환하는 상품인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증가 폭도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달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5960억원으로 1년 전(1조664억원)보다 5296억원 증가했다. 전월(1조4903억원)과 비교하면 1057억원 늘어난 규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리볼빙은 카드 결제 대금을 당장 납부하기 어려울 때 연체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활용하기 좋은 선택지”라면서도 “리볼빙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결제 대금 상환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