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온플법 제정 시 한국 스타트업 투자 못한다"
투자자들 "온플법 제정 시 한국 스타트업 투자 못한다"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12.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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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규제로 비즈니스 제한…대규모 성장 불가
외국 플랫폼 반사이익→국가손실 우려 한 목소리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한국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업에 투자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키운 주요 투자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온플법)’ 제정에 반기를 들었다. 법 목적은 플랫폼 독과점 사전 규제를 통한 공정거래 환경 구축이지만 실제 시행 시 공정위가 정한 비즈니스 이상의 도전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다. 결국 한국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은커녕 되레 숨통을 조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온플법 제정안을 마련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온플법은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이용자가 플랫폼을 바꾸거나 동시에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 등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공정위가 매출액·이용자 수·시장점유율 등 정량 요건에 시장 내 영향력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그동안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 사례로 카카오T(택시)의 배차 알고리즘 조작, 가맹 택시 우대 행위를 예시로 들었다.

공정위는 정치권과 온플법안을 조율해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IT(정보기술)와 벤처캐피털 등 이해당사자 된 업계에서는 대외 환경 악화로 스타트업 투자가 줄어 신생 유니콘을 육성하게 어려운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은 7조6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투자 건수도 지난해 5857건에서 5072건으로 줄었다. 기업당 투자 유치 금액도 32억2000만원에서 25억9000만원으로 6억3000만원 쪼그라들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본인 트위터에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혁신적인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 테크 지형에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추진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그대로 도입되면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오히려 외국 플랫폼 기업에게 반사이익을 얻게 해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스타트업에서 출발, 글로벌로 진출해 성장하는 네이버, 배민, 쿠팡 등 국내 테크 기업만 대상으로 무작정 고민이 덜 된 규제를 하면 누가 큰 그림을 보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냐”고 지적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벤처캐피털 투자자들)도 꼭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왜 필요 없는지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며 “온플법은 회사들이 어느 정도 커지면 더 제한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겨준다.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배민·네이버·카카오가 되기 더더욱 힘들고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또한 “새로운 온플법의 적용은 국내 기업만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며 “회사들은 언론과 법의 감시를 받고 있는데 그 위에 제한하는 것은 ‘더더더’하기에 찬물을 던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특히 지금의 공정위 법안 추진 상황은 지난 2010년 초기 국내 동영상업체인 판도라TV가 유튜브에 밀려 몰락한 과거 상황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본인확인제와 저작권법 실시로 판도라TV같은 국내 동영상업체만 규제를 받았고 유튜브는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성장했다.

김 대표는 “오래 전 동영상 서비스가 생겼을 때 판도라TV의 인기가 높았고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를 판도라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당시 ‘불법 비디오가 올라오면 무조건 플랫폼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법이 통과돼 판도라TV를 보던 소비자들이 다 유튜브로 올라가면서 회사가 몰락했다”고 부연했다.

이외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플랫폼법이)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하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 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IT 5개 단체가 모인 디지털경제연합도 “온라인 플랫폼 사전 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