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풍이브이자동차 백옥희 "여성기업인, 현실 안주말고 도전하라"
[인터뷰] 대풍이브이자동차 백옥희 "여성기업인, 현실 안주말고 도전하라"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3.12.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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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창고 생활, 농기계 영업 발판…연 매출 160억 전기차 기업 일궈
"여성이라 차등대우 받은 적 없어"…기술 투자 바탕, 동남아 진출 속도
백옥희 대풍이브이자동차 대표.[사진=대풍이브이자동차]
백옥희 대풍이브이자동차 대표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사진=여경협]

"두드리는 자한테 문 열린다. 안 열리면 발로 차버린다가 제 좌우명이에요. 그러면 문이 열리더라고요."

농기계 영업을 시작으로 연 매출 157억원에 달하는 친환경 전기차 기업을 일궈낸 백옥희 대풍이브이자동차 대표는 13일 신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일찍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대표는 젊은 나이에 차량용 통신 안테나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서울에서 벌였지만 사업이 안 풀리면서 빚을 지고 전라남도 고흥으로 내려와야 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농기계 영업으로 사업 기반을 쌓았다.

백 대표는 "1년에 150만원짜리 허름한 창고에서 8년간 지내며 농기계 영업 일을 시작했다"라며 "시골에서 젊은 여자가 창고에서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한달에 30만원 나가는 돈이 아까워서 17평짜리 집에서도 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성실함과 세심함을 무기로 앞세운 백 대표는 영업력을 기반으로 2011년 농기계 전문 생산 기업을 세웠다. 이후 전기이륜차, 삼륜차, 화물 운반차를 생산하는 전문기업으로 전환해 대풍이브이자동차 모습을 완성했다. 지난 2016년 호남권 최초의 이륜자동차 제작자로 등록했고 2018년에는 환경부 전기이륜차 보급 평가시험에 합격했다. 현재는 영광 대마전기 자동차 산업단지에 1만평 규모의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백 대표는 "시골에서 타지인이 원주민에게 인정받기란 참 힘든 일"이라면서도 "경운기와 건조기 등 농기계를 부지런하게 팔려 다니다 보니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영농인 고령화 등으로 이동수단에 대한 요청이 자주 들어온 게 동기가 돼 전기이륜차를 생산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특히 태풍 볼라벤 등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농기계 수요가 급감하고 2016년 수도권 대기 환경 오염으로 인한 미세 먼지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시대의 흐름과 전기이륜차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전망하고 과감하게 사업을 전환하게 됐다.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사업전환지원사업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전기이륜차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직원이 없는 공휴일에는 직접 연장을 들고 전기차를 조립하면서 기술을 습득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전환지원사업은 외부 경영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게 자금, 컨설팅, R&D(연구개발) 등을 연계 지원해 사업전환을 도와주는 중진공의 사업이다.

대풍이브이자동차 공장 내부 모습.[사진=대풍이브이자동차]
대풍이브이자동차 공장 내부 모습.[사진=대풍이브이자동차]

대풍이브이자동차는 전기운반차 'DE202' 시리즈 2종을 자체 개발하며 기술 개발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2017년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각종 특허와 인증을 준비했다. 2019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인증에 합격했다.

백 대표는 "수출기종을 위한 최근 5000평 규모의 제2공장까지 증설해 수출 차량 양산체제 준비를 맞춰 기술개발부터 생산설비까지 내년 세계 시장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해 최고 매출에 이어 올해는 2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대풍이브이자동차는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네팔 등 동남아시아를 핵심 수출국으로 점찍었다. 최근 수출용으로 동남아시아에서 대중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내연기관 차량 '툭툭'을 대체할 5~9인승 삼륜전기차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자체 성능 검증을 완료하고 현지에 적합한 성능과 품질의 제품 양산을 준비 중이다. 2022년 12월에는 네팔의 전기자동차 업체(NEPAL-KOREAN EV VEHICLE COMPANY)와 5년간 10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삶이 힘들고 고달파서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지금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인 백 대표는 "물건 하나 사달라는 얘기도 못 했지만 마음이 급하고 자금이 필요해 일을 하다 보니 사업가가 됐다"고 했다.

백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 여성 기업인에게도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여성기업이라서 차등 대우를 받은 적은 없고 오히려 지자체 등에서 자금 대출과 우대, 혜택을 많이 받았다"며 "사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성과를 일궈내면서 자신감과 보람이 생긴다.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