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 못 빌려"…대부업 대출 4년 만에 증가
"은행 돈 못 빌려"…대부업 대출 4년 만에 증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2.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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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관 등’ 대출 비중 6.9→7.9%…은행 등 하락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돈을 빌리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이 대부업체 문을 두드리고 있다.

10일 한국은행·통계청·금융감독원이 펴낸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대부업체를 포함한 '기타 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가구주 비중은 7.9%다. 이는 1년 전(6.9%)보다 1.0%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기타 기관에서 대출받은 가구주 비중은 2019년(11.4%) 이후 쭉 내림세를 보이다가 4년 만에 상승했다.

기타 기관은 시중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과 저축은행, 우체국·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을 제외한 기타 여신업체를 말한다. 신용도가 낮은 이들이 제도권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마지막 창구인 셈이다.

대부업체 등 기타 기관 대출을 이용한 가구를 소득분위별로 보면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이용 비중이 13.1%로 가장 많았다. 이는 상위 20%인 5분위(6.4%) 가구와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 다른 급전 대출 창구로 꼽히는 보험회사 신용대출 가구주 비중도 지난해(0.8%)보다 0.3%p 오른 1.1%로 나타났다.

대부업체를 찾는 금융소비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차주 비중은 지난해 79.8%에서 올해 78.8%로 1.0%p 내렸다. 은행 대출 가구주 비중은 2019년(75.3%) 이후 매년 확대되다가 4년 만에 축소됐다.

저축은행에서 대출한 가구주 비중은 같은 기간 0.2%p 하락한 3.8%, 우체국·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가구주 비중은 0.2%p 내린 8.4%로 집계됐다.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금리가 오르자 저축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이 신용대출 규모를 줄였고, 결국 제도권 내 마지막 창구인 대부업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저축은행은 지난해 조달·대출금리 상승 여파에 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일부 중단했다. 카드사 역시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신용대출을 줄였다.

고금리 장기화와 조달금리 상승으로 최근에는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조이고 있는 상황이라,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8월 나이스(NICE) 신용평가회사(CB) 기준 대부업체 69개사가 내준 신규대출 규모는 950억원으로 전년 동월(3066억원) 대비 69%(2116억원) 감소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