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참전군인 앞에서 내년 대선출마 선언…‘5선’ 도전
푸틴, 참전군인 앞에서 내년 대선출마 선언…‘5선’ 도전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12.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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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특별군사작전 정당성 강조…군사작전 상징 ‘V’, 선거 로고로
나발니 수감·프리고진 사망으로 마땅한 도전자 없어…재선 유력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 앞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5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직접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무대로 이러한 뜻을 비로소 직접 공개했는데,  정적 알렉세이 나발리가 수감 중이고 반란을 이끌었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사망하는 등 마땅한 도전자가 없는 상태에서 재선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타스·스푸트니크 통신 등 러시아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특별군사작전’에 참가한 군인들을 초대해 훈장을 수여한 뒤 비공식 대화 자리에서 내년 3월17일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대화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참가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스파르타 대대 지휘관 아르툠 조가 중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요청하자 푸틴 대통령이 긍정적인 답변으로 화답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전했다.

이는 특별군사작전의 목표인 지역의 군부대 지휘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요청하고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구성해 이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행사 후 푸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나는 러시아 연방 대통령직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혀 출마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대화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아르툠 조가 중령(사진=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대화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아르툠 조가 중령(사진=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내년 대선 출마는 사실상 기정사실이었던 터라 출마 선언의 시점과 형식이 남은 관심사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직 후보 등록이 이뤄지지 않는 등 세부적인 문제가 있지만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이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달 열리는 통합러시아당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출마 선언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질문에 ‘즉흥적’으로 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러시아 상원은 대통령 선거일을 내년 3월 17일로 확정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대선 투표를 내년 3월 15∼17일 사흘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중앙선관위는 이날 이번 선거를 상징하는 로고로 러시아 국기 색(하양·파랑·빨강) 리본으로 표현된 ‘V’ 문자를 공개했다.

‘진실의 힘’을 의미하는 V는 ‘승리를 위해’라는 뜻을 담은 ‘Z’와 함께 러시아 특별군사작전을 상징하는 문자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이 상징 사용을 금지한다.

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크렘린궁 행사에서 군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크렘린궁 행사에서 군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마땅한 도전자가 없는 상태에서 8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어 재선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0년과 2004년 대선에서는 무소속으로, 2012년에는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 후보로 각각 출마했다. 2018년에는 다시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서 당선됐다.

2000년과 2004년 대선에 당선된 푸틴 대통령은 2008년 2회 이상 연임을 제한하는 헌법 규정에 걸려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에게 자리를 내주고 잠시 총리로 물러났다.

2012년 대선에서 임기가 4년에서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으로 복귀한 푸틴 대통령은 2018년 대선에서도 승리하며 4기 집권을 이어 나갔다.

내년 5월 7일 임기가 만료되는 그가 내년 5선에 성공하면 임기를 2030년까지 6년 더 연장하게 된다.

올해 71세인 그는 2020년 개헌으로 두 차례 더 6년 임기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에 2030년 대선에서 6선에 성공하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도 있다.

현재 그는 30년 이상 권력을 유지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후 최장수 크렘린궁 지도자로 기록돼 있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