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매 후결제’ 고심하는 카드사…리스크 관리 관건
‘선구매 후결제’ 고심하는 카드사…리스크 관리 관건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2.0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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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선점 효과 기대…높은 연체율은 사업 주저 요인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카드업계가 신개념 결제 형태인 ‘선구매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도입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시장규모가 커지며 새로운 먹거리로 전망되지만, 높은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BNPL 시장은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 업체가 선점한 상태다. 2021년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페이 후불결제’을 내놓으며 시장에 첫 BNPL 서비스 포문을 열었고, 이어 후발주자들이 합류했다.

BNPL은 소비자가 물건을 먼저 구매하고 돈은 나중에 내는 일종의 외상 결제다. 가맹점은 BNPL기업으로부터 판매대금을 선지급 받고, 소비자는 해당 금액을 무이자로 일정 간격 나눠서 납부하는 구조다.

신용카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결제 한도 부여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또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금융이력부족자(신파일러)도 이용할 수 있어 특히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BNPL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주요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았으며, 시장규모는 2026년 7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빅테크에서 제공하는 BNPL은 서비스의 핵심인 분할납부를 지원하지 않으며 결제 한도도 월 30~50만원으로 비교적 소액이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들도 BNPL 시장에 속속 참여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카드는 사내벤처팀 ‘하프하프’를 통해 결제 전문 기업 ‘다날’과 협업해 BNPL 서비스 ‘소비잇(it)’을 출시·서비스하고 있다. 개인별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200만원까지 설정되며, 분할납부 기간도 최대 12개월까지 조정할 수 있다.

롯데카드는 베트남에서 현지 법인 롯데파이낸스를 통해 현지인들에게 BNPL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카드사들이 BNPL 시장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악재로 본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상황이라, 향후 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신파일러나 MZ세대를 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에게 매력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호주의 BNPL 업체인 에프터페이의 이용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48%)와 Z세대(25%)가 전체 이용자의 73% 비중을 차지했다.

BNPL를 통해 카드사들은 젊은 세대 유입을 늘려 향후 자사 신용카드 이용자로 전환하는 ‘잠금 효과(lock-in effect)’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BNPL의 높은 연체율은 아직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카드사가 시장 진출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다. 6월말 기준 국내 소액후불결제 연체율은 5.8%에 달한다. 카드사 연체율이 1%대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 리스크 관리 역량을 통해 연체율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BNPL 서비스 특성 자체가 신용카드보다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카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도입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