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냐 현실이냐, 민주 비례제 딜레마
원칙이냐 현실이냐, 민주 비례제 딜레마
  • 진현우 기자
  • 승인 2023.11.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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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논의’ 30일 의총..병립형 비례제 부상
비명 “선거제 퇴행 안돼” 친명 “선악 구분, 옳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편 관련 의원총회를 30일 본회의 전후로 하루 연기했다. 민주당은 30일 오후 2시에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마친 직후 의원총회를 속개해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한 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병립형 비례제 회귀 또는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시사하자 당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을 넘어 계파갈등으로까지 재점화되는 조짐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7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란 발언을 해 사실상 병립형 비례제 회귀 또는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시사한 바 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 금지법 도입을 공약으로 발표한 이 대표가 약속을 뒤집겠다는 의사로 읽혀졌다.

민주당 소속 의원 75명은 이날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전제로 한 위성정당 금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비명계인 김종민 의원은 29일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며 "옳지도 않거니와 이렇게 하면 이길 수도 없다. 소탐대실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자리에서 “병립형으로의 퇴행을 막는 유의미한 선택을 해 달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민주당이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병립형 회귀 방안이 부상하는 분위기다. 준연동형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만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 비례 의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현실론이 앞서고 있다.

민주당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게임의 룰(규칙)을 민주당만의 가치, 방향으로 ‘이것이 아니면 나쁜 것이다, 선과 악이다’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친이재명(친명)계 진성준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윤석열 정권을 견제하거나 그 퇴행을 막기는커녕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고 지적하며 병립형 비례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hwj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