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미국 채권을 4조원가량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이들은 내년 금리 인상 종료 후 인하를 기대하며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22일 기준 최근 1년간 미국 채권을 약 4조원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 인상을 시작하기 전(2021년, 약 1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세 배가 넘는 차이다.
통상 채권은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이들은 앞으로 금리 인상 종료 후 인하를 기대하면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 참가자 23.1%는 내년 3월부터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지난 24일 아구스틴 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부분 중앙은행 금리 인상을 거의 끝낸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채권은 금리가 올라 채권값이 하락하더라도 팔지 않고 만기까지 그대로 보유하면 투자 원금을 건질 수 있어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국채는 안전 자산으로 불려 미국 정부가 부도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5.50%다. 이는 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12월 0.25%보다 5.25%포인트(p) 오른 것이다. 한국 기준금리는 3.50%로 미국보다 2%p 낮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사는 방법은 미국 정부 공식 사이트와 국내 증권사에서 장외채권 매수,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을 살펴보니 미국 장기채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 10년 채권 장기채는 금리가 10%p 내리면 가격이 약 10%로 크게 오른다. 만기 30년 채권이면 30% 상승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1년 동안 '디렉시온 데일 20+ 이어 트레저리 불 3X ETF(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를 약 1조4861억원어치 가장 많이 사들였다.
다음으로 '아이쉐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를 총 4793억원 매수했다. 이어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트레저리 본드 바이라이트(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BUYWRITE)를 3290억원 사들였다.
다만 증권가는 당분간 시장환경은 비우호적일 것이라 전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앞으로) 부정적으로 볼 수 없지만 좋다고 보기도 힘들다"며 "미국 국채 공급과 수요 환경이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량은 많이 증가했고 발행 시장 수요가 견조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시장 참가자들의 행보도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