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흡연자도 폐암 보상…산재보험 '도덕적 해이' 심각
40년 흡연자도 폐암 보상…산재보험 '도덕적 해이' 심각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11.1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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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질병 승인율 5년간 11% 증가, 부정수급 환수 19% 불과
연도별 업무상질병 처리건수 및 승인율.[이미지=경총]
연도별 업무상질병 처리건수 및 승인율.[이미지=경총]

정부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완화로 산업재해 승인율이 6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 산재 보험료 지출액도 2조원 이상 늘었다. 반면 부정수급 회수율은 20%를 밑돌아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산재보험 업무상질병 제도운영 개선 건의서’를 고용노동부 및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다고 19일 밝혔다.

건의서에 따르면 산재 신청 건수 및 승인율, 보험급여 지출액은 모두 상승한 반면 산재보험기금 재정건전성은 더욱 약화됐다.

산재처리 건수는 2017년 1만1672건에서 지난해 2만8796건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또 승인율은 같은 기간 51.2%에서 62.7%로 늘었고 보험급여 지출액도 4조4360억원에서 6조6865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지급액은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근로복지공단의 부정수급 회수율은 19.5%에 불과했다. 경총은 “미발견 부정수급 건까지 고려 시 실제 도덕적 해이로 인한 손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짐작돼 재정 누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실한 재해조사 및 불합리한 산재 인정이 만연해 업무상질병 제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소음성난청의 산재신청 건수는 2017년 대비 약 7배, 장해급여 지출액은 6.8배 늘었다. 경총은 산재보상 신청 기산점(치유 시기)을 ‘소음작업장을 떠난 날’에서 ‘진단일’로 변경하고 나이에 따른 자연청력 손실값을 반영하는 연령보정 기준을 삭제해 70대 이상 고령자들의 산재신청·보상이 가능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또 직업성 암은 업무상질병으로 인정(역학조사 상이판정)한 건수가 2014년 4건에서 2019년 32건으로 8배 증가했다. 특히 무분별한 역학조사 생략 확대로 40년 흡연자도 폐암으로 보상받는 등 불합리한 산재 승인이 심각해지고 있다.

경총은 근골격계질병 관련해선 추정의 원칙 도입 등으로 업무관련성 평가를 위해 중요한 현장조사 생략돼 퇴행성 질환의 불합리한 승인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가 촬영한 작업동영상이 공단 자료로 둔갑해 산재 승인되는 등 부실 재해조사 문제까지 더해졌다고 꼬집었다. 이에 승인율은 최대 20.1%p 상승, 보험급여 지출액 3.5배 증가 등 적잖은 문제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뇌심혈관계질병의 경우 야간수면시간도 업무시간에 포함시켜 ‘과로’로 인정하는 등 해외에도 유례없는 기준으로 불합리한 업무시간이 산정된 채 판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총은 “업무부담 가중요인 판단기준이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승인율 최대 19.3%p 상승 △보험급여 지출액 2081억원 증가 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총은 주요 질병별 문제 해결을 위해 산재보험법 시행령 및 관련 고시, 공단 규정·지침 개정 등 13개 건의사항을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다.

13개 건의사항에는 △연령보정 기준 및 유효기간 마련(소음성난청) △역학조사 실시 건 질판위 심의대상 제외(직업성 암) △추정의 원칙 전면 재검토 및 폐지(근골격계질병) △업무시간 산정 범위에서 야간수면시간 제외(뇌심혈관계질병) 등 질병별 관련 법령·고시·규정(지침)의 구체적 개선방안을 적시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정부가 근로자 보호 취지의 무리한 제도개편을 진행해 ‘불합리한 인정기준 완화, 산재신청 증가, 부실 조사, 승인율 상승, 산재신청 폭증, 인정기준 완화’의 악순환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또 “불합리한 산재 승인 증가로 기업의 노무관리 어려움이 가중되고 보험급여 지출 확대로 인한 보험료 인상 가능성까지 높여 경영활동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총은 “명확한 원칙과 근거 기반의 산재판정이 이뤄져야 제도 악용이 줄어들고 효과적인 재해근로자 보호가 가능하다”며 “인정기준 재정비와 사실관계 조사·확인 강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경총은 최근 근로자 보호 강화를 위해 노동계 등이 주장하는 ‘산재보험 선보장후정산제’ 도입에 대해선 “불승인 건의 후정산(환수)이 매우 어렵고 이러한 점이 온정주의적 불합리 산재 인정을 유도할 것”이라며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보험재정을 ‘밑빠진 독’으로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