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조용병…은행권 숨통 틀 수 있을까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조용병…은행권 숨통 틀 수 있을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1.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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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5번째 순수 민간 출신 인사…4대 금융 회장 중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내정됐다.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회장 출신으로는 첫 사례다.

예대마진과 내부통제 등 은행권을 둘러싼 정부 당국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조 전 회장이 은행권 목소리를 대변해 사면초가에 빠진 은행권 숨통을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16일 오전 3차 회의를 열고 6명의 회장 후보군 가운데 조용병 전 회장을 만장일치로 단독 추천했다. 이어진 이사회에서도 만장일치로 김 회장을 단독 후보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조 전 회장은 1957년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신한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뉴욕지점장과 리테일부문장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신한은행장을 거쳐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역임하는 등 금융권 주요 경력을 지난 전문가로 꼽힌다.

조 전 회장은 3연임이 유력했지만, 지난해 12월 차기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용퇴 의사를 밝혔다. 이후 다른 금융지주 수장들도 차례로 교체되면서, 조 전 회장이 세대교체에 포문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조 전 회장은 용퇴 선언 당시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당국의 기조에 따랐던 만큼, 은행권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장 자리에 오르면 현 정부와 무난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조 전 회장의 용퇴를 두고 “매우 존경스럽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동안 은행연합회장은 주로 관료 경험이 있어 정부·금융당국과 소통이 능할 것으로 평가되는 인사가 역임해 왔다. 역대 회장 14명 가운데 9명이 관료 출신이며, 김광수 현 회장도 재경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등에서 공직을 거쳤다.

역대 순수 민간 출신 회장으로는 이상철(국민은행장), 신동혁(한미은행장), 하영구(씨티금융지주 회장), 김태영(농협중앙회 부회장) 전 회장 등 4명이다.

조 전 회장도 공직 경험이 전혀 없고 오직 금융권에서만 종사해 온 순수 민간 출신 인사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출신 중에서는 처음으로 선임되는 은행연합회장이 된다.

이는 최근 은행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계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어느 때보다도 은행권 입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간 출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는 은행권에 대해 ‘이자 장사’, ‘종노릇’ 등 비판 수위를 높이며 궁지로 몰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된 우리은행 횡령사태 등 은행권은 잇따른 사건사고로 소비자 신뢰마저 땅에 떨어졌다.

은행권 수장에 오른 조 전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조 전 회장이 금융 전문성을 발휘해 은행 입장을 정부와 당국에 정확히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함은 물론, 은행권 숙원인 ‘금산분리’ 완화 등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당국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대관 능력을 펼쳐야 한다는게 은행권 중론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은 금융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27일 23개 회원사 대표들이 참석하는 총회를 열고 조 후보에 신임 회장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임기는 내달 1일부터 시작해 3년이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