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추진에 환자들 “안전 피해 우려”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추진에 환자들 “안전 피해 우려”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11.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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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사들 요구하는 ‘형사처벌 면제’ 사안 논의 예정
환자·시민단체 “의사에 의료사고 기본적 책임 부여 필요”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는 장면(사진=연합뉴스)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는 장면(사진=연합뉴스)

의사들의 의료사고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환자들과 시민단체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사들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 등이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가 권리 보장을 못 받는 등 안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박민수 제2차관 주재로 첫 회의를 가졌다.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는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방안과 의료인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의사 인력을 필수의료 분야로 유인하기 위해 마련한 정부의 핵심 대책이다.

그동안 의사단체 등은 현장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법적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한 탓에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협의체 논의를 거쳐 의사들은 의료 분쟁이나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고, 의료분쟁 사건 처리에 대한 특례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협의체 논의에서만 끝날 게 아니라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법적으로도 사회적 보호 장치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환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의사들의 요구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난 해소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해도 제도 개선 방향이 일방적으로 의사들의 주장만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환자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는 고도의 주의 의무가 요구되는 업무상 행위로 상해·사망 등을 일으킬 경우 실수라도 형사처벌을 한다”며 “이러한 업무상 행위에는 당연히 의료행위와 간호행위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운전자가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상해·사망 등을 일으킬 경우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교통 약자’인 보행자 등을 보호하고, 교통사고 발생 빈도를 줄이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의료인의 실수나 주의 소홀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잖아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 본다면 환자의 안전과 의료사고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환자들과 시민단체는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의 권리가 보장받는 경우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상황에서 특례법 제정이 추진된다면 그나마도 인정받지 못할까 우려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사들의 형사처벌을 면책해달라는 주장 자체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측면이 있다”며 “환자 안전과 직결된 부분이므로 의사에게도 기본적인 책임을 지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