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어디에 있나②] 해외 보험사 은행도 품는데…국내는 이제 겨우 빗장 풀려
[K금융 어디에 있나②] 해외 보험사 은행도 품는데…국내는 이제 겨우 빗장 풀려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11.0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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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정·보험업 밀접 영역 제한 등 범위 좁아 실효성 의문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편집자주] 금산분리는 한국은 물론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원칙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기술 발전 등으로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과거의 규제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다. "금융산업의 BTS가 나올 수 있도록 금융권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한국은 과연 어디에 있나. 금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하고 있으나, 여전히 옛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아일보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K금융 현주소를 살펴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바를 모색한다.

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른바 '빅블러' 시대다. 하지만 국내 보험산업은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에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 선진화를 위해 자회사 출자 절차 간소화 등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으로 숨통은 트여줬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한 탁상행정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산업 범위를 해외로 한정한 데다, 헬스케어 등 보험업 경영과 밀접한 업무라는 족쇄를 채웠기 때문이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앞서 10월13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7월 논의한 '금융사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보험사 해외 자회사 출자 절차 간소화 등을 담은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에 따르면, 보험사 등 금융사는 비금융 회사 지분 15% 이상을 가질 수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업 경영과 밀접한 업무에 대해 해외에서 자회사를 소유할 때 금융위 승인이 아닌 사전 신고로 절차를 간소화한다.

또 해외에서 보험중개업과 역외금융사를 자회사로 소유할 때도 사전 신고로 대체했다. 

역외금융사의 경우에는 현재 '금융사 등의 해외 진출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금융사가 역외금융사 투자 시 사전 신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전 신고 대상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현행 보험사가 보험업과 관련 없는 자회사나 해외 자회사를 소유하려면 금융위 승인을 거쳐야 했는데, '해외·보험업과 밀접한' 등의 조건을 달고 신고 절차를 개선한 것이다. 

문제는 7월에 논의 됐던 보험사가 해외 은행에 대한 자회사 소유 허용 등 해외 금융사 및 보험업과 연관 없는 비금융 자회사 보유 등 핵심 방안은 제외됐다는 점이다.

이에 방탄소년단(BTS)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의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규제 혁신 목표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글로벌 보험사는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자회사 등을 통해 금융은 물론 비금융 사업까지 진출하는 상황에서, 해외 빗장만 개방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 어려움이 있단 목소리다.

실제 벨기에 AG보험은 화재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주택 보수와 긴급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차장 사업을 통해 주차장 검색과 전기자동차 충전, 세차 등의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독일 코부르크보험사는 온라인 자동차(중고·신차) 거래, 렌트 사업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이이치생명과 소니손보, 소니생명, 라쿠텐손보, 라쿠텐생명, 보험히로바 등이 일본 현지에서 은행 대리업에 진출해 있다. 

은행 대리업은 은행 대리점을 개설해 소비자에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예금과 대출, 환거래, 채무보증, 어음인수, 금전 수납・보호・보관, 환전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보험뿐만 아니라 증권과 백화점, 통신, 철도운송, 항공 등의 업종 또한 은행대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상우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일본은 규제 개선을 통해 산업과 금융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며 "자회사를 통한 금융업무뿐만 아니라 비금융 업무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용자 편의에 기여하는 업무와 지역 활성화, 산업의 생산성 향상,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 디지털 활용 보험업무 고도화 등의 공익성을 중시하는 기준을 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 당국 또한 빅블러 시대 형평성에 어긋난 규제 개혁에 공감하고 있다면 일본과 같이 공익적 목적을 부여해 단계적 금산분리 완화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은행 이자 장사 카르텔과 횡령 등 내부통제 문제로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가 상충하며 규제 완화를 시행하기에 금융당국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규제 완화 취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빅테크 등장에 따른 기존 금융권의 반발과 새로운 수익 창출의 의미를 되새겨 새로운 혁신 서비스 등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