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부산 회동 '불발'… 'Mr.린튼' 호칭하며 거리 둔 李
'불출마 혹은 험지' 결단 요구… 친윤 '침묵', 이용만 "수용"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 통합을 위한 비윤(비윤석열)계 끌어안기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동시에 친윤(친윤석열)계에서도 혁신안을 두고 반발이 일고 있어 혁신위 성공이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인 위원장은 전날 오후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 경성대에서 열린 이언주 전 의원과 이 전 대표가 진행한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대한민국의 미래, 정치혁신의 방향을 토론하다' 토크 콘서트를 찾았다.
인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비윤 끌어안기의 연장선이다. 앞서 인 위원장은 혁신위의 주요 아젠다로 '통합'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혁신위 1호 안건으로 '대사면'을 제안하면서 통합 의지를 보였고, 최근에는 비윤계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고 홍준표 대구시장,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남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날 인 위원장과 이 전 대표는 별도 인사를 나누거나 대화를 하진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이 들어오자 'Mr. Linton'으로 부르며 거리를 뒀다. 인 위원장의 영어 이름은 존 올더먼 린튼이다.
이 전 대표는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라고도 했다.
앞서 한국말로 인사했던 이 전 의원도 이후 마이크를 잡아 "우리 정당과 한국 민주주의, 정치에 대해서 아주 강력하게 비판할 것"이라며 영어로 한마디를 보탰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 해결되지 않아 실망스럽다. 지금 상황에서 별로 이야기할 게 없다"면서 "이준석이 환자라 절 찾아온 건가.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웃으며 "경청하러 왔다"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의지가 강해 보인다' 질문에 "오늘은 들으러 왔다. 생각을 정리해 서울에서 이야기할 생각"이라고 밝힌 뒤 자리를 떴다.
인 위원장은 친윤계의 반발도 함께 받고 있다. 당내 주류를 표적으로 인적 쇄신을 요구했는데, 여기에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그리고 친윤계 의원들이 포함되면서다.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 4차 회의를 한 뒤 브리핑에서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걸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인 위원장의 브리핑 직후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냈던 이용 의원이 처음으로 "당이 요구하면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외에는 현재까지 대부분 침묵을 지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권을 부여받은 혁신위가 공식적으로 결단을 요구한 만큼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중진은 물론 친윤계에서도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저작권자 © 신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