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서울 편입' 명분·효과 모두 불명확…전문가 "제대로 분석해야"
'김포-서울 편입' 명분·효과 모두 불명확…전문가 "제대로 분석해야"
  • 천동환·서종규 기자
  • 승인 2023.11.0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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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 학·업계서 논의된 바 없는 생소한 발상…"평가할 근거 없어"
전문가들, 찬성·반대 못하고 단편적 의사결정·각종 부작용 등 우려만
김포 부동산 시장엔 단기·심리적 영향…서울은 '택지 확보 효과' 예상
서울시 강서구 지하철 김포공항역에 설치된 '김포골드라인' 안내 표지판(촬영 2023.11.3.). (사진=천동환 기자)
서울시 강서구 지하철 김포공항역에 설치된 '김포골드라인' 안내 표지판(촬영 2023.11.3.). (사진=천동환 기자)

주택·도시 전문가들은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애초 학계나 업계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바 없는 생소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논의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인지 기초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부터 꼼꼼하게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편적 의사결정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김포 주택 시장에 단기·심리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서울은 주택 공급 택지를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논의를 주도할 '국민의힘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가 지난 2일 발족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 주장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더불어민주당)가 추진하는 경기남북도 분할 정책으로 촉발됐다. 김동연 지사의 경기도 분할 계획에 대해 김병수 김포시장(국민의힘)이 경기남도나 경기북도 귀속보다는 서울 편입이 낫다는 주장을 폈고 현재는 이에 대한 여야 간 여론전이 한창이다.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서울과 동일한 생활권을 공유하는 수도권의 행정구역과 생활권역을 일치시켜 수도권 주민의 편익 개선에 방점을 둔 실용적 가치 중심 정책"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포퓰리즘 정책, 국면 전환용 총선 전략이라고 애써 폄훼하며 표심에 영향을 줄 여론 추이에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안타깝기조차 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김포-서울 편입 계획을 에둘러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직접적으로 '김포'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이 수도권 주민들의 교통 문제 해결은 외면한 채 정략적인 꼼수로 '아니면 말고' 식의 졸속 정책을 던지고 있다"며 "집권여당다운 책임감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에 박진호 국민의힘 김포갑 당협위원장이 김포-서울 편입에 대한 국민의힘 당론 추진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촬영 2023.11.4.). (사진=서종규 기자)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에 박진호 국민의힘 김포갑 당협위원장이 김포-서울 편입에 대한 국민의힘 당론 추진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촬영 2023.11.4.). (사진=서종규 기자)

◇ 김포 아니더라도 처음 듣는 얘기

서울은 대한민국 수도로서 그 기능이 커지고 주변 지역 거주민들의 편입 요구 등에 따라 행정 경계를 계속 넓혀왔다. 1949년 8월15일 '서울특별시' 정식 명칭 확정과 1962년 서울 대확장 등을 거치며 지금의 서울 경계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현 상태에서 꼭 김포가 아니더라도 특정 도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은 주택·도시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생소하다. 최근 학계나 업계에서 논의된 적 없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반응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도시연구원장을 지낸 천현숙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는 김포를 포함한 서울 주변 도시를 서울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도 "'우리나라 현재 행정구역 체계가 시대랑 안 맞다'는 얘기들은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그렇게까지(특정 도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는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공론화된 적 없던 쟁점이다 보니 전문가들은 김포-서울 편입 방안에 대해 당장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긍정 또는 부정 의견을 주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주택시장에서 느껴지는 심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김포 거주민들은 좋아할 것 같다"고 했다.

천현숙 교수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부터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기도 인구 중에서 서울에서 실질적으로 경제활동 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통근·통원뿐만 아니라 그런 기본적인 데이터를 먼저 확인하고 현황을 정확하게 알고 나서 대책은 그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국가·국토 경쟁력이나 서울시 경쟁력 차원에서 서울시 확장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일치된 의견)가 나오고 '서울시가 어떻게 영역을 새로 세팅하는 게 좋을 것인지' 논의도 있고, 이런 걸 통해서 '김포가 들어가는 게 가장 좋겠다'라든지 결론이 나온 거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그런 얘기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홍철호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에 김포-서울 편입 지지 현수막을 내걸었다(촬영 2023.11.4.). (사진=서종규 기자)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이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에 김포-서울 편입 지지 현수막을 내걸었다(촬영 2023.11.4.). (사진=서종규 기자)

◇ 서울 주변 도시 형평성 논란 우려

전문가들은 김포의 서울 편입 정책이 옳다 그르다를 얘기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서울 인근 다른 도시와 형평성 논란 등 몇 가지 우려 사항을 언급했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MD상품비스니스학과 교수는 "서울과 인접한 과천과 하남, 의정부 등등 지역들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수도권 외 지방 광역시 인근 소도시에서도 편입을 요구하며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선거철이 돼서 뜬금없이 발표한 만큼 정책 실현성에 대한 가능성이 부실한 상황"이라며 "김포가 서울에 편입돼도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만큼 일부 경기도보다도 입지가 좋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봤을 때 전문가들은 김포의 서울 편입 정책을 '김포 주택 시장의 단기적 호재' 정도로 인식했다.

서진형 교수는 "편입이 된다면 서울시라는 상징성과 함께 생활 편의시설을 공유할 수 있고 광역버스가 시내버스가 되는 등 장점이 있어 가격 상승 여력이 있을 순 있다"며 "어느 정도 매수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실행이 돼야만 시장이 큰 반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대표는 "시장이 단기적으로 호재로 인식할 수는 있지만 1기 신도시 특별법 같은 경우도 큰 호재로 여겨졌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며 "현실성이 불확실한 테마주 같은 느낌의 정책인 만큼 서울 편입이 김포 시장을 지속해서 상승시킬 만한 여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또 송인호 소장은 "김포 거주민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분명히 있을 거다"며 "다만 그것이 일시적이냐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가느냐의 부분인데 단기적으로 잠깐 좋아질 수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서울시라는 의미가 그렇게 강하게 부각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 행정 경계 바꿀 정도 기대 효과 아냐

서울시 차원에서 봤을 때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김포 토지를 주택 공급 확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렇다고 이 정도 기대 효과가 행정 경계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천현숙 교수는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주택 마련을 위해 경기도로 이주하는 수요가 많기는 하다"며 "경기도가 택지 개발을 많이 할 수 있는 여건이기 때문에 신규 주택 공급받는 게 좀 수월하긴 한데 이것 하나만 보고 김포의 서울 편입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인호 소장은 "서울시에서 경기도로 이주하는 것과 경기도에서 서울시로 들어가는 유입 인구를 비교하면 이주 인구(서울→경기)가 더 많다"며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 중에 택지 부족이란 부분이 상당히 큰데 그 부분에 대해선 종합계획 차원에서 김포가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구역이 통합되면 김포와 서울 간 교통정책을 추진하는 게 지금보다는 당연히 수월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단편적으로 편입을 결정할 명분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세계 어디든 주변 위성도시에서 모(母)도시로 출퇴근하는데 그렇다고 모든 출퇴근하는 위성도시들을 다 모도시 행정구역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는 없다"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당연히 같은 생활권을 공유하는 지역을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는 게 맞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