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산 후 바로 휴직… '자동 육아휴직제' 검토
정부, 출산 후 바로 휴직… '자동 육아휴직제' 검토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10.3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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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눈치 안봐도 돼" vs "수입 반토막, 현실성 없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출산휴가가 끝나면 별도 신청없이 바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31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 대책으로 이 같은 제도 도입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육아휴직은 고용보험 가입 180일 이상 된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의 양육을 위해 최장 1년(내년부터는 1년 6개월)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이 제도는 출산휴가 후 별도의 신청 절차나 상사의 결재 없이 자동으로 육아휴직으로 이어진다는 게 핵심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미사용 신청서를 내면 된다. 

육아휴직을 신청할 때 상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수용했다. 

자동 육아휴직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 이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반영했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나 실행에 있어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육아 페널티의 현실,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개선 과제'(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한국이 여성 21.4명, 남성 1.3명으로 관련 정보가 공개된 OECD 19개 국가 중 사용자 수가 가장 적었다.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80%인데, 세금을 제외하고 상한액 150만원, 하한액 70만원이 적용된다. 육아휴직을 쓰면 수입이 반절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부부가 대부분이다.

100% 월급을 받아도 대출금으로 빠져 나가 생활이 빠듯한 상황인데 급여가 절반으로까지 줄어들면 정상적인 일상을 하기란 사실상 힘들다. 또 자동 육아휴직제가 도입될 경우 급여를 받는 대상자가 대폭 늘어나 소요될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숙제다. 

육아휴직 재원은 고용보험기금으로 적립금이 작년 말 기준 6조3000억원으로 낮은 수준이다. 공공자금관리금에서 빌려온 예수금을 제외하면 실적립금은 3조9000억 적자 상태다. 올해 최대 60조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에 자동 육아휴직 재원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고용보험 가입자만 이 제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저고위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