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 핵무기 개발자금 조달에 가상화폐 탈취 적극 활용”
유엔 “北, 핵무기 개발자금 조달에 가상화폐 탈취 적극 활용”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10.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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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조원 넘는 가상화폐 탈취…전년도의 3배 수준으로 급증”
“노동자 해외 파견으로 자금 충당도…핵 관련 시설 활동 포착”
북한 핵탄두 '화산-31형'(사진=연합뉴스)
북한 핵탄두 '화산-31형'(사진=연합뉴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가상화폐 탈취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정찰총국의 해커들이 지난해 훔친 가상화폐 규모는 전년도의 3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공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탈취한 가상화폐 규모가 17억 달러(약 2조3000억원)가 넘는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전문가패널은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자금 지원을 위한 수단으로 가상화폐 해킹을 우선순위에 뒀다고 평가한 내용을 보고서에 인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해커집단의 가상화폐 해킹 탈취 목적은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서다.

라자루스 등 북한 연계 해커집단이 지난 한 해 훔친 가상화폐 중 일부만 현금화돼 북한에 흘러갔다고 가정하더라도 핵무기 개발에 상당한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패널은 “북한이 자금과 정보를 빼내기 위해 갈수록 더 정교한 사이버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며 “가상화폐, 국방, 에너지, 보건 분야 회사들이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가상화폐 시장을 노렸다는 분석은 패널이 인용한 다른 보고서에서도 파악된다.

패널은 지난 5월 공개된 다른 사이버보안 업체의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은 미사일 프로그램에 쓰일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복수의 회원국 기업들의 가상자산을 목표로 했고, 2017∼2022년 23억 달러(3조1000억원)어치의 가상화폐를 탈취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의 사이버 위협 행위자들은 유엔 제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지속해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공급자들과 가상자산 업계를 더욱 광범위하게 목표로 했다”며 “앞으로도 북한의 이 같은 금융제재 위반에 대한 조사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북한 해킹메일 유포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사진=연합뉴스)
북한 해킹메일 유포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사진=연합뉴스)

한편 북한은 가상화폐 해킹과 함께 노동자 해외 파견으로 핵 개발 자금을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노동자 파견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에 건설노동자들을 보낼 때 학생비자를 받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안보리는 북한의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위해 2019년 말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을 금지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중국과 라오스에 IT 노동자를 파견하는 등 제재 위반을 통해 자금을 획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패널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관련, 핵실험은 없었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등 관련 시설에서 활동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패널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면서 위성 발사도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북한이 2021년에 발표한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대로 고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술핵무기 능력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패널의 설명이다.

패널은 북한이 제대로 작동하는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달성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패널에 따르면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은 핵 능력을 향상하고, 핵 반격 능력 확보를 추구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