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바닥난 가자지구… 하마스, 이스라엘 인질 2명 추가 석방
연료 바닥난 가자지구… 하마스, 이스라엘 인질 2명 추가 석방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10.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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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인질 다 풀어줘야 연료 반입 허용”
(사진=연합뉴스)
석방된 누릿 쿠퍼와 요체베드 리프시츠. (사진=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연료 공급을 대가로 이스라엘 기습 당시 납치했던 수백 명의 인질 중 2명을 23일(현지시간) 추가 석방했다. 20일 미국인 인질 2명을 석방한 데 이어 사흘 만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에서 카타르·이집트 중재로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하마스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200명이 넘는 인질을 납치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자를 제거하려는 목표로 하마스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하며 지상전 채비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미국인을 포함한 민간인 인질들이 하마스 손에 잡혀있다며 이스라엘에 지상전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마스의 첫 인질 석방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다녀간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이어 사흘 만인 이날 하마스는 추가 석방을 결정했다. 첫 석방은 미국인 모녀였고, 이날 석방된 이들은 이스라엘 여성 누릿 쿠퍼(79)와 요체베드 리프시츠(85)다. 모두 가자지구 인근의 나할오즈 키부츠에 있던 사람들로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인도적 이유’로 인질을 풀어줬다고 설명했으나 지상전을 준비 중인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하마스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외교계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하마스가 연료를 대가로 민간인 인질을 석방한 것으로 봤다. 가자지구에는 21일부터 라파 검문소를 통해 문과 식량, 의료품 등 구호물품이 반입됐지만 연료는 이스라엘 반대로 제외됐다.

이스라엘은 연료를 반입하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의 전쟁물자로 전용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연료가 없으면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삶은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유엔은 “가자지구 내 연료 비축량이 이틀이면 고갈 될 것”이라며 “연료가 없으면 식수를 공급하거나 빵을 굽은 시설의 가동이 중단돼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런 와중에 카타르와 이집트가 중재자로 나서 인질 석방과 관련한 논의를 하마스와 이스라엘 측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와 카타르, 이집트, 이스라엘이 며칠 전부터 인질 석방과 관련한 방안을 논의했는데, 논의에서 하마스는 연료를 포함한 인도적 구호물품의 꾸준한 반입이 보장된다면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등을 비롯해 최다 50명의 인질을 추가로 석방하는 데 합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으나 이스라엘은 인질 전원이 풀려나기 전에는 연료 반입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현재 하마스가 붙잡은 인질은 220명으로 추산된다.

인질 석방과 협상과 관련해 연료반입 허용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