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규제 조여도 가계부채 안 잡히면 금리 인상 고려"
이창용 한은 총재, "규제 조여도 가계부채 안 잡히면 금리 인상 고려"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10.23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경제성장률 원점에서 재검토"…중동 사태 영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는 "규제 정책을 타이트하게 하고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2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국감)에서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다수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의원들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이 총재는 "부동산·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완화했던 거시 규제 정책을 먼저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상승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한 1079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그럼에도 1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3.50%인 기준금리를 6번 연속 동결했다.

국감 현장에서도 의원들은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왜 올리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 총재는 "고금리에 따른 금융·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지금 판단하기에는 정책 시차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를 더 올릴 경우 물론 가계대출을 잡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 문제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기대치인 2% 수준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내년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매년 2월과 5월, 8월, 11월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앞서 8월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1.4%, 내년 성장률은 2.2%로 제시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재검토 배경에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총재는 "올해 전망은 1.4% 정도에서 좀 내려갈지 봐야 하고, 내년 경제성장률은 중국경제와 중동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내년 전망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5%를 돌파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냐는 질의에는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우리 중장기 금리도 많이 올랐다"며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기준금리를 고정했음에도 시장금리가 올라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긴축이 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자체 경제 문제보다 중동 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어떻게 변화될지에 따라 유가, 세계 성장률도 많이 변화할 것"이라며 "그 부분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