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TX·SRT 비대면 예매' 고령층 더 배려해야
[기자수첩] 'KTX·SRT 비대면 예매' 고령층 더 배려해야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3.10.19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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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난 이런 거 잘 모르는데."

지난 18일 취재차 강원도 춘천시에 다녀오며 가평휴게소에 들렀을 때 한 어르신이 카페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보고 한 말이다. 이 어르신은 요거트 음료 2개를 주문하려 직원에게 갔지만 직원은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만 가능하다며 어르신을 안내했다. 어르신은 결국 주문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키오스크와 휴대전화 앱을 통한 주문은 이제 우리에게 일상이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비대면' 추세가 강해지며 더 익숙해진 문화다.

기계를 잘 다루는 젊은 세대야 키오스크·앱 주문이 더욱 편리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작에 서툰 고령층은 예전처럼 창구에서 직원에게 직접 주문하는 게 더 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철도기관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T 운영사 SR(에스알)이 시행 중인 명절 비대면 예매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코레일과 에스알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부터 명절 승차권을 앱을 통해 100% 비대면으로 판매 중이다. 앱 사용에 취약한 계층을 배려해 예매 첫날에는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만 승차권을 판매한다.

고령층에 대한 배려에도 예매율은 저조하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50대 이상의 고속열차 예매 비율은 전체의 21%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 40대 예매율이 각각 25.1%와 30.7%, 22.7%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국토위원들은 고속철도 운영사들이 온라인과 모바일 등을 사용하는 데 취약한 고령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비대면 예매를 통해 회사의 편리함만 좇는 데 급해 다양한 고객층을 배려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용자보다 자기들(고속철도 운영사) 위주로 행정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고령층 명절 비대면 예매 문제 지적이 꾸준했는데 대책이 세워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고령층 비대면 예매에 대한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예매가 불편한 계층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비대면도 좋지만 더 우선시돼야 하는 건 모든 국민의 편리한 철도 서비스 이용이다.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공기업의 경영 목적은 '국민에게 더 편리하고 빠른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