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임대주택의 긍정적 변화를 바라며
[기자수첩] 공공임대주택의 긍정적 변화를 바라며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3.04.0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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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나와 아내의 첫 신혼집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중 하나인 '신혼부부 행복주택'이었다. 전용면적 36㎡ 작은 크기였지만 입주 소식을 듣고 새 아파트 청약이라도 당첨된 듯 기뻐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방 하나와 거실 하나, 주방 하나의 작은 공간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결국 2년가량 살던 행복주택을 나와 더 넓은 아파트 전셋집을 구해 이사했다. 2년 남짓 짧은 거주 기간에도 LH 공공임대주택이 뇌리에 강하게 남은 건 '신혼집'이었단 이유에서다.

사실 행복주택에서의 삶은 많은 불편함이 따랐다. 좁은 면적도 그렇지만 시내 중심부에서 다소 먼 입지와 부족한 커뮤니티시설, 벽지에 일던 곰팡이 등으로 불쾌함을 느낀 적이 많았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점도 이 같은 이유일 테다.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있고 주택 자체 성능도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이 노후했을 때는 이 같은 문제점이 더 클 것이다.

전문가들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후 공공임대 입주자 삶의 질 향상 정책토론회'에서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한계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과제 등이 논의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이 지역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노후화도 문제지만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좋지 않고 입지마저 동떨어져 주변과 융화하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소득과 자산이 낮은 국민이 주로 거주한다는 점도 지역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로 꼽았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가 박힌 일반분양 아파트와 주택 관련 공기업의 CI(기업 통합 이미지)가 달린 공공임대주택 간 괴리로 '취약계층 집단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커뮤니티 활성화와 수요자 중심 공급, 세대 내부 환경 개선 등을 제시했다. 단지 내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한 입주민 화합과 수요자 요구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질과 내부 시설 개선 등을 통해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지역사회와 융합할 수 있다는 견해다.

서민에게 저렴한 가격에 안정된 거주를 보장하는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다만 자칫 물량에만 집중하다 보면 입주민 '삶의 질'이라는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도 있다.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있어 상품과 입지, 사회적 인식 등 여러 방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