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파트 부실공사 '네 탓' 이젠 그만
[기자수첩] 아파트 부실공사 '네 탓' 이젠 그만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3.08.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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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신도시 AA13-2블록 공공주택(이하 검단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을 두고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간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정부가 전단보강철근 미설치 등 구조 설계 미흡을 지적한 것을 두고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발단은 건축사로 이뤄진 대한건축사협회가 국토교통부에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지적한 사항 중 '설계 오류' 표현을 바로잡아 달라고 건의한 것이다. 당시 건축사협회는 구조기술사사무소가 수행한 구조 설계 오류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는데 '설계 오류'라는 표현으로 건축사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에 건축구조기술사들이 맞불을 놨다. 건축구조기술사로 구성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건축사협회가 국토부에 표현 수정을 건의한 바로 다음 날 '대한건축사협회 사조위 사실관계 요청에 대한 건축구조기술사회 입장발표문'을 냈다.

건축구조기술사회는 구조 설계는 설계에 포함되는 개념임에도 설계를 수행하는 건축사가 구조 설계를 맡는 건축구조기술사에게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건축사가 하청을 주고 건축구조기술사가 위탁 방식으로 구조 설계를 하는 만큼 하청에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무리라는 논리다. 건축법 제23조 '건축물의 건축 등을 위한 설계는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들며 사고 시 책임이 건축사에 있다고도 했다.

건축사협회 입장에서는 구조 설계가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는데 실제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건축사의 과실로 비칠 수 있는 오해를 해소하려 했다. 건축구조기술사회는 하청 구조로 위탁받아 업무를 수행함에도 원청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조성에 참여한 주체 중 하나를 콕 집어 사고 유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이보단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 참여한 모든 주체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시공을 맡은 GS건설도 이 같은 점을 인지한 듯 사조위 조사 결과 발표 후 발 빠르게 사과했다. 결국 검단 아파트는 '철거 후 재시공' 수순을 밟는다.

검단 아파트 발주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이한준 사장은 지난달 31일 LH 무량판 구조 공공주택 전수 조사 브리핑에서 공공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다면 시공과 설계, 시행을 수행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등을 포함해 공공주택 아파트 건설에 참여한 모두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seojk0523@shinailbo.co.kr